<TV리뷰>SBS 6.25특집 뒤랑의 전쟁수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SBS-TV가 22,23일 방송한 2부작 다큐멘터리『뒤랑의 전쟁수첩』(박흥로 연출)은 6.25를 국제적인,그래서 좀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게해준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6.25다큐는 소련의 사주를 받은 북한의 남침,미국과 남한의 항전,그리고 휴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초점을 맞춰 정통주의 사관을 충실히 반복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교과서를그대로 답습한 이런 정치적 접근방식은 다큐의 매 력인 새로운 사실전달과 극적감동을 반감시키는 원인이 됐다.
그러나 참전 프랑스 병사가 사적으로 남긴 일기를 바탕으로 한『뒤랑의…』은 전쟁당사자 아닌 이방인의 시선으로 6.25를 조명,한층 신선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6.25는 국내전이자 동서진영의 충돌전으로 흔히 인식된다.그러나 이 전쟁은 여러나라의 이해가 얽힌 국제전이기도 하다.프랑스는 이념수호보다는 미국의 영향력과 자국의 이해를 저울질해 참전한 나라였다.그래서 프랑스군은 월남전에 참전한 한국군처럼 미.소.중공의 뒤켠에서 거리를 유지한 채 전쟁을 바라볼 수 있었다.「같은 민족끼리 피흘리는 이상한 전쟁」에 고개를 갸웃거리던뒤랑이 「남북간 다른 이데올로기」에서 해답을 찾는 장면은 그의중립적 시선 때문에 기존 다큐물의 결론보다 훨씬 호소력이 있다. 뒤랑의 일기속에 나온 희생자들을 중심으로 전쟁의 비극성과 허구를 담담히 그려나간 것도 이 작품의 돋보이는 점이다.전사한프랑스 장병들이 가족에게 쓴 편지와 유족 인터뷰를 통해 전쟁의고통과 삶에의 애착을 실감나게 묘사했다.『지금 고향엔 포도가 한창 익고 있겠군요』같은 편지글 삽입은 참전병의 내면을 잘 대변해준 신선한 연출이었다.
생존병사를 찾아 프랑스전역을 대상으로 한 취재와 희귀자료필름을 통해 뉴스가치 높은 화면을 보여준 것도 이 다큐의 특징이다.특히 휴전후 일부 한국군이 프랑스 외인부대를 따라 인도차이나전에 참가한 사실을 처음 발굴한 것은 주목할만한 성과다.
그러나 『뒤랑의…』은 부족한 자료로 화면을 꾸린 탓에 같은 장면을 반복해 내보내는 등 구성의 완결미가 부족한 인상을 줘 아쉬움을 남겼다.
〈姜찬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