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해외칼럼

미·중 마찰 양국에 득 될 것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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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과 중국 정부는 경제적으로 서로 의존하게 됐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1년에 두 번씩 ‘전략적 경제 대화’를 하며 정책을 조정하고 갈등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대화가 실패할 때 미국과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두 나라 사이의 교역은 아주 활발하다. 2000∼2006년 무역량은 1160억 달러에서 3430억 달러로 늘었다. 중국은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필요하고, 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들은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있다. 최근 수년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직접 투자는 매년 30억 달러에 육박한다. 게다가 2007년 1월 현재 중국 정부는 3536억 달러에 이르는 미 재무부 채권을 갖고 있다. 이런 수치는 한쪽이 어려워지면 다른 쪽도 힘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치적 문제로 충돌하기도 한다. 미국 일각에서는 중국의 저가 상품이 미국 내 일자리를 없애고, 중국 정부의 통화 정책이 지난해에만 2300억 달러가 넘는 무역 적자를 더욱 심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지적재산권을 보호할 의지가 없다며 미 의회에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6월 미 정부는 도로 주행 중 찢어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45만 개에 이르는 중국산 타이어를 리콜토록 했다. 올해 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에서 납 성분 검출 등을 이유로 리콜토록 한 장난감은 모두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일부 미 의원은 이런 소식을 유권자들에게서 점수를 따는 데 이용했다.

이러한 제품 안전 문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을 높였다. 7월 중국 정부는 미국의 닭과 돼지고기가 박테리아에 오염돼 있다며 수입을 중단시켰다. 이는 중국 상품에 대한 공격이 미 생산자들에게 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중국 지도부가 10년여 만에 가장 큰 내부 인력 변화를 경험하고 있어 미 행정부와 협상하기에는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5년마다 열리는 공산당 전당대회가 10월로 다가오면서 지도부는 중앙정부와 당직자 수천 명의 운명을 결정하느라 바쁘다. 외국과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경계도 강화하고 있다. 당직자들이 자신의 미래가 결정되기 전에 위험을 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상황은 양측 리더십에 도전이 되고 있다. 미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 상품에 대한 전쟁을 벌이거나 중국의 대미 투자를 막는 보호주의적 움직임을 막아야 한다. 이는 중국에서 정치적 반발만 부를 뿐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자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미 기업들에 보다 공평한 장을 제공해야 한다. 이익을 쉽게 얻으려 국제법과 안전 규정을 어기는 중국 생산자들에 대한 고삐도 죄야 한다.

분명 이러한 일은 하룻밤에 이뤄질 수 없다. 정치적 압력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양측 경제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우선 서로 어떤 투자를 환영하고 어떤 투자를 환영하지 않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동안 이러한 경계를 분명히 정의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정치적 현실을 인식하고 서로에게 이로운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려 노력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의 정치 시스템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 미 지도부는 생산직 일자리가 대거 사라지고 있는 지역 유권자들에게서 표를 얻기 위해 중국에 ‘강하게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과 중국 지도부는 양국이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은 솔직하게 협상할 준비가 돼 있는 측에는 기회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측에는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것이다.

이언 브레머 국제정치 컨설팅 회사 유라시아 그룹 대표

정리=백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