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글자공부 흥미유발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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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린이들에게 한글은 언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조기교육에 대한 젊은 엄마들의 열기가 가열되면서 글자교육에 대한 상업화된 교재가 쏟아져 나오고 기저귀도 떼지못한 어린이를붙들고 글자를 가르치는 엄마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어린이의 흥미와는 무관하게 강요된 교육으로 인해『우리 엄마 경찰이 잡아가면 좋겠어요』라고 강변하는 한 어린이의 말은 그냥 웃고 흘려버릴 수 없는 우리 유아교육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중앙대 유아교육학과 李元寧교수는 『무조건 빨리 글자를 가르친다고 해서 아이가 영재가 되는게 아니다』며 『엄마가 교사가돼 아이와 상호 작용하면서 직접 교재를 만들어 놀이처럼 공부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어린이가 글자공부를 할 수 있는 시기는 만3~4세.어린이가 그림책을 보고 글자와 그림이 다름을 식별하게 되고 글자와 말이 하나씩 1대1로 대응한다는 정도의 인지를 하게되면서서히 글자를 가르칠 수 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는 아이가 글자 익히기에 관심을 가질 때 시작하는게 가장 중요하다.흔히 일일 학습지나 국민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낱말들을 적은 카드,의미 없이 가나다라를 배열한 도표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가장 좋지않은 방법.이들을 사용할 경우 글자야 익히게 되지만 공부는 힘든 것이며 재미없는것이란 생각을 심어주게 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충고다.
李교수가 권하는 글자공부 방법은 어린이가 궁금해 하는 낱말카드를 이용하는 법.마분지나 스케치북을 4~6등분해 카드를 만든뒤 『네가 궁금해 하는 말을 엄마가 써줄게』하며 흥미를 유발시킨다. 어린이가 원하는 낱말을 말하면 엄마가 써주되 하루 두세개정도가 적당.이 때 어린이로 하여금 글자를 따라쓰게 강요하면흥미를 잃게 되므로 쓰기는 천천히 여유를 갖고 자녀가 욕구를 보일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방법을 사용했던 주부 成景淑씨(서울 신천동)는 글씨를 풀로 쓰고 여기에 작게 오린 오색 색종이를 뿌리게 했더니 아이가매우 재미있어 했다고 색다른 아이디어를 소개.
또 주부 孫任淑씨(서울 신천동)는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글자를 써주면 다음에 반드시 기억하나 엄마가 억지로 써준 글씨는기억하지 못한다』며 아이의 욕구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경험담을 말했다.글자카드가 여러장 모이게 되면 온 가족이 모여 게임을 해도 학습효과가 크다.카드를 뒤집어 펼쳐놓은 뒤 가위 바위 보를 해 이기는 사람이 카드를 한장 가져가되 읽지 못하면 카드를 도로 내놓는 게임이다.
또 직장에 다니는 엄마의 경우 휴일중 엄마와 함께한 시간들을아이로 하여금 회상하게 한뒤 순서대로 글씨를 써주고 이를 벽에붙여줘 때때로 보며 익히는 방법을 이용하면 좋다.
한편 이같은 글자 익히기 방법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어 주목을 끈다.金玉粉씨(한국 어린이 육영회부설 유치원 교사)가 94학년도 1학기 중앙대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연구에 의하면 이 방 법으로 글자익히기를 한 어린이들이▲글자 익히기를 즐거워하고▲책에 대한 친근감이 높고 책읽기가 습관화됐으며▲어휘력도 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또 학습에 참가한 부모들도 자녀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대화의 폭이 넓어졌으며 대화 시간도 길어졌다고 연구결과는 밝히고 있다.
〈文敬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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