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빠를수록 좋다/정부 “서둘러 내달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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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도 “북­미회담전에”/북 8·15회동설 흘리자 바짝 경계/7월·8월놓고 손익계산에 분주
○…청와대와 여야는 공통적으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최근의 북한태도를 적이 의아해하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 장난이 재발한 것 아니냐』는 표정들이다.
우리의 예비접촉제의에 이렇다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측이 미키 다케오(삼목무부)전일본총리 미망인인 미키 무쓰코여사를 통해「8월15일 정상회담」의향을 흘리자 경계의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서방언론의 생리를 꿰뚫고 있는 김주석이 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을 이용,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전열을 뒤흔든 데 이은 조치일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적당한 수준의 반응을 보여 평양의 미소를 전하고 한미양국,특히 남한의 대응에 혼선을 일으키려는 특유의 선전선동술을 발휘한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는 미키 무쓰코여사는 제3국 민간인일뿐 책임있는 당국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공식대응을 일절 하지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관계자들은 북경의 소식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미키 무쓰코여사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정상회담을 갖자고 한 당초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북한은 90년이래 8월15일 평양에서 범민족대회를 가져왔고,그렇다면 남북정상회담을 범민족대회의 일환으로 이용하려는 심사가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측은 정상회담의「정치적 이용」 부용이라는 원칙에서 북측에 대응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그간의 정상회담 논의가 실무접촉 과정에서 뒤틀렸던 경험을 감안할 때도 8월까지 마냥 지연시켜서는 곤란하다고 보고 있다.
조건없이 만나기로 한만큼 사전협상에서 가장 시일이 소요되게 마련인 의제는 빼고 시간과 장소만 합의하여 우선 만나자는 입장이다.따라서 우리정부는 7월개최를 밀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추진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으므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북―미 회담등 대화를 이유로 국제사회의제재를 회피하려는 기도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이 합의되기 이전에는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이 열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미측에 분명히 하고 이에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의 것이다.북한이 북―미 회담만 따먹고 남북정상회담은 적당히 미룰 소지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내 이견에도 불구하고 22일 즉각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문제가 있다』는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8월15일을 기해 북한의 대대적 정치행사인 범민족대회가 열리는 상황에서 평양에서 회담을 갖자는 것은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기택대표는 이날 아침 박지원대변인과 상의 끝에 반대성명을 발표토록 지시했는데 박대변인은 『민족 자주적 입장에서 북한핵문제등을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북―미 3단계회담 전에 정상들이 만나는 것이 좋다』는 논리를 내세워「8·15 평양 정상회담」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박대변인은「이하부정관」(오얏나무 아래에서 갓 끈을 고쳐 매지말라)이라는 격언을 인용하며 『정상회담을 정치행사에 이용한다는 오해와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방해하는 어떤 구실도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정상회담을 정치행사의 홍보도구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국내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50년만의 만남을 무산시킬 우려가 높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정상회담이 불발될 경우 북한핵의 평화적 해결과 정상회담을 주장해온 민주당으로서는 「공든 탑」이 무너지게 될 뿐만 아니라 또다시 대북강경론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민자당도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8·15에 추진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는데 대해『범민족대회와 연계하려는 뻔한 의도』(노재봉의원·전국구)라고 하나같이 지적.
특히 민자당내에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신중론이 우세했는데 8·15개최설이 나오자 『정상회담제의가 한미간을 갈라놓으려는 측면도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이세기정책위의장·서울성동갑)고까지 나오는 분위기.
박정수의원(김천―금릉)은 『김영삼대통령을 평양대회에 끌어들여 범민족대회를 정치선전용으로 이용하려는 속셈이 보인다』며 『미키여사를 통해 흘린 것은 우리의 반응을 떠보려는 것』이라고 분석.〈김현일·김두우·최원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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