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특구 간판만 달면 지방이 발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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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또 특구(特區)란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충남 아산의 국제화교육특구 등 10곳을 새로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했다. 이로써 전국의 지역특구는 3년 사이 96곳으로 불어났다. 가위 ‘전국의 특구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웬만한 지역 특산물이 있는 곳 치고 특구 아닌 곳이 없을 지경이다.

지역특구로 지정되면 각종 규제가 풀리고, 일부 국비와 지방정부 자금이 지원된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특구로 지정됐다고 해서 ‘특별히’ 나아졌다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워낙 특구 지정을 중구난방으로 남발하다 보니 한 지역이 여러 가지 특구로 중복 지정되거나, 여러 곳이 동시에 비슷비슷한 이름의 특구로 지정되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그러니 지원도 미진하고 특화 사업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전혀 특별할 게 없는 특구로 지정해 놓고, 그 다음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이라며 96곳의 지역특구 외에 이미 10곳의 혁신도시와 6곳의 기업도시를 지정했다. 이와 별도로 행정자치부가 추진하는 ‘살기 좋은 지역특구’라는 것도 있다. 여기에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최근 전국 59개 시·군·구를 ‘낙후지역’으로 지정해 각종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저 지역 균형발전이란 이름만 갖다 대면 선심 쓰듯 무슨 간판이든 달아주겠다는 식이다. ‘선택과 집중’이란 개념도 없고, 지정 효과에 대한 검증도 없다.

특구로 지정해 지방이 발전하면 오죽 좋겠는가. 그러나 간판만 붙여 성과를 거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니 정권 말에 우후죽순 격으로 추진되는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선심정책이나 전시행정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