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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린이 영양상태 조금씩 나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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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기적으로 접촉해 체크한 결과 북한에서는 아직 조류 독감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에도 위협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최로 2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남북 보건의료분야 교류 및 협력증진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아이길 소렌슨(56.노르웨이) 세계보건기구(WHO) 북한대표부 대표. 그는 전날 과천 보건복지부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비교적 소상하게 북한의 의료 사정을 설명했다.

소렌슨 대표는 "북한에는 변변한 의료 장비가 없을 뿐더러 필수 의약품이나 용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전기가 몇 시간 밖에 안들어오고 물이 부족하며 난방도 잘 안된다"고 전했다. 그래서 만성병 치료가 힘들 뿐더러 응급수술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 덕분에 북한내 전염병 억제와 주민의 영양상태 개선에는 진전이 있지만 아직도 의료기관에는 약과 시설이 부족해 죽어가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이 고립돼 있어 외부 접촉이 별로 없다보니 에이즈 등의 질병은 걱정거리가 되지 못하며 지난해 유행했던 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SARS.사스)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사스가 발병했을 때 북한은 3개월 가량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하는 등 진지하게 대응했다고 전했다.

소렌슨 대표는 "2001년 30만명을 넘던 말라리아 환자가 지난해에는 4만5천명 정도로 줄어들었고 결핵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면서 "대규모 조사 결과 몇년 사이에 어린이들의 영양상태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해 북한이 최악의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살 수 있는데도 열악한 의료시설 때문에 숨지는 환자를 살리고, 장기적으로는 체계적인 보건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북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WHO의 향후 지원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소렌슨 대표는 1999~2000년 WHO 응급구호를 위한 조정관으로 북한에 파견됐으며, 2001년 8월부터 WHO 북한주재 대표로 근무하고 있다. 우리나라 방문은 이번이 세번째다.
신성식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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