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방북결과 미 “신중” 일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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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중과 회의―.지미 카터 전미대통령의 방북결과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시각이다.북한핵으로 고조된 긴장이 오히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의 기대로 바뀌고 있는 국내와는 달리 미국은 아직 이에 관한「공식반응」을 회피하고 있다.한편 일본정부나 전문가들은 회담의 성사여부나 성과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다음은 미국반응의 분석과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의 글을 요약한 것이다.
◎미국/“김일성제안 면밀 검토” 입장 유보
미국정부가 카터전대통령의 방북성과를 두고 처음에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19일 한발자국 뒤로 물러난 자세를 보이며 계속 상황분석에 골몰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정부의 관망자세에 가까운 유보적 반응은 ▲카터가 김일성북한주석에게 전달한 내용이 얼마나 클린턴정부의 입장을 잘 대변했는지 ▲김일성주석이 카터를 통해 미국에 전달한 메시지가 얼마나 실현성과 신뢰성이 있는지를 분석·검토하면서 아직 공식적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이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로버트 갈루치미국무부차관보는 이날 지금은 외교통로를 통해 김주석이 전달한 메시지가 어느 정도 사실인지를 확인해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이같은 미국정부의 입장은 빌 클린턴대통령이 카터전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에 앞서 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로 휴가를 떠나 의도적으로 카터와의 직접면담을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이 직접 면담을 회피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백악관이 카터의 평양방문이 백악관의 공식사절이 아니라 전적으로 개인자격 방문임을 재강조하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볼수 있다.
이는 백악관이 카터가 지난 16일 CNN과의 대담을 통해 김일성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한 직후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환영한다는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남북한정상회담 가능성을 놓고 긴장이 많이 줄어들고 기대에 차있는 것과는 달리 미국정부 일각의 반응은『한반도 자체의 문제』라는 식으로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아직 공식적으로 환영의 표시를 내놓지 않고 있다.
클린턴정부가 현재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카터를 통해 전달된 김일성의 새 제안이 얼마나 실현성이 있고 믿을 수 있느냐는 의문과 조심성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잔류와 준수를 밝히면서도 북한―미 3단계 고위급회담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고, 경수로 건설 지원요구도 실제로는 시간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쉽지 않은 조건이라는 점을 미국정부는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일본/정상회담 실현성 높지만 효과 의문
▲이노구치 다카시(저구효·동대교수)=한국은 자신들을 협상에서 배제한 채 핵문제 동결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절묘한 시기에 나온 이 제의는 남한을 뒤흔들어 놓자는 것이다.과거에도 남북간에 수차 정상회담이 제안됐으나 실현되지 않았다.이번에도 예측하기 어려우나 북한과 미국간 대화 움직임도 있어 과거보다는 실현성이 높을것 같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준수문제가 논의의 초점이 될 것이다.한국은 북한이 이 선언에서 금지된 핵재처리를 해왔다고 불만이기 때문이다.그러나 한국내에도 이 조항을 고쳐 재처리기술을 갖자는 여론이 있어 내부 동요가 우려된다.
▲이즈미 하지메(이두견원·정강현립대조교수)=북한이 느닷없이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에 놀랐다.한국이 곧 바로 이를 수용해 더욱 놀랐다.진의를 시험해 볼 시간을 갖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어쨌든 회담 실현성은 높다고 생각한다.정상끼리 만나면「완만한 단계적 통일」이란 기조정도는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가장 큰 과제는 핵문제다.한국이 북한의 재처리시설을 확실히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즉시 폐기하라고 요구하기 바란다.그것만이 북한의 장래 핵개발계획을 막는 것이다. 북한은 중단된 남북대화를 부활시켜 핵문제 협상채널을 분산시키려 한다.북한은 과거 플루토늄을 추출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미신고 2개시설에 대한 사찰을 받아들여야 한다.그러나 남한과 협의중이라는 핑계로 사찰을 연기시킬 수 있다.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다케사다 히데시(무정수사·방위연구소 연구원)=북한은 핵사찰과 정치문제등 중요문제를 북―미회담에서 풀어나갈 생각이다.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돼도 과거에 논의한 남북간 인적왕래,이산가족 재회,남북통일에 대한 견해표명 정도를 넘지 못할 것이다.회담시기는 북―미교섭이 진전돼 북한이 미국의 양보를 어느정도 끌어냈다고 판단하는 때가 될 것이다.북―미회담이 잘되지 않으면 남북정상회담도 필연적으로 유산될 것이다.북한은 회담장소로 평양을 지정할 것이 틀림없다.그것은 김 주석에게 국내외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이번 제의로 한국국민의 위기감은 엷어질 것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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