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삼성전자,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프라이버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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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02면

이번엔 중요한 기사가 많습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기사는 1, 3면에 다룬 삼성 관련 ‘선데이 추적’입니다. 삼성에 주목한 계기는 지난 7월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에 대한 인사조치였습니다.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그는 한국반도체산업의 상징이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아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메모리사업 부장’이란 핵심 직책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습니다. 이어 삼성전자에 대한 그룹 차원의 감사가 시작됐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랍니다. 설상가상 정전사태까지 터졌죠. 이건희 회장이 회의석상에서 크게 화를 냈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두 달에 걸친 취재 결과 어렵사리 전후 사정을 확인했습니다.

기사를 비중있게 다룬 것은 삼성이라는 기업과 이건희라는 인물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입니다. 삼성에 문제가 생기면 대한민국 경제가 휘청거린다고 합니다.

모든 기업이 삼성의 움직임을 쫓아갑니다. 삼성 주식을 가진 투자자가 아니라도, 삼성에 취직하려는 취업준비생이 아니라도 누구나 피부로 변화를 느낄 정도입니다. 이건희 회장 역시 한마디 할 때마다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뉴스메이커입니다. 말이 적고 밖으로 드러나길 싫어하는 이 회장이 그처럼 화를 냈다면 보통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관심은 적더라도 꼭 다뤄야 할 뉴스는 이번 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입니다. 싫든 좋든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표이며, 찬성하든 반대하든 남북 정상회담은 우리의 운명과 직결된 사안을 다루게 됩니다.

지난 한 주 많은 정상회담 관련 뉴스가 쏟아졌습니다만,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사실은 거의 없습니다. 노 대통령이 “사전에 공개 못하지만 끝나고 소상하게 공개하겠다”며 대국민 양해를 구했습니다. 남북 간의 특수성을 감안해 양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회담 후를 지켜보겠습니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정상회담을 어떻게 볼 것인가’입니다. 그래서 중앙SUNDAY는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확실시되는 핵심 이슈를 Special Report라는 별도 섹션으로 총정리했습니다. 딱딱한 기사라 쉽게 손이 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고 우리의 미래를 내다보는 데 꼭 필요한 참고자료입니다.

북한은 매우 특이한 나라며, 김정일은 오랜 통치경험과 능란한 협상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반면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서둘러야 하는 입장입니다. 객관적으로 북한이 주도하기 쉬운 양상입니다. 긴 안목에서 통일 비용을 치를 각오는 해야겠죠. 그렇더라도 왜, 얼마나 많은 돈을 내야 하는지는 지금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그래야 통일 비용도 절약하고 사회적 부담도 덜 수 있을 테니까요.

건보공단 직원들이 이명박·박근혜 등 주요 정치인들의 진료기록을 수시로 조회했다는 1면 기사는 참 기분 나쁜 내용입니다. 내가 병원에서 진료받은 기록을 누군가 무시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래서 중요한 기사입니다. 개인의 사생활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부분에 대한 침해입니다. 우리 사회의 ‘프라이버시 보호 불감증’은 심각합니다. 개개인이 프라이버시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불법적인 유출에 항의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 어쩌면 관행을 근절하는 제도적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결과는 예상대로군요. 대선구도가 굳어져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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