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미국은 용감한 미얀마 국민 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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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미얀마 군사정권에 대한 압박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 제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이 큰 중국이 이번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 주기를 촉구했다.

◆제재 이끄는 미국=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7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중국이 미얀마의 평화적 권력 이양을 돕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미국은 이날 미얀마 군사정권 최고 지도자인 탄 슈웨 국방장관 등 고위관리 14명의 자산을 동결했다. 애덤 스주빈 재무부 외국자산통제실장은 "미얀마 정부의 고위 인사들에 대해 제재를 취하기로 했다"며 "부시 대통령은 이미 미얀마 정권이 억압과 위협으로 자국 국민들을 침묵시키려 하기 때문에 미국은 그들 곁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전 세계가 자유를 요구하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온 미얀마 국민들을 주시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들 용감한 국민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아세안도 나서=EU 회원국들은 경제적 제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합의했다고 27일 밝혔다. EU는 1996년 이래 미얀마에 대해 자산 동결과 무기금수, 그리고 정부 고위 관리에 대한 비자 발급 중지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해 왔다.

EU의 한 대변인은 "미얀마 국민들에게 타격을 가하지 않고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회도 미얀마 군정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고 미얀마 민주화운동 및 비정부기구에 대한 재정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무장관들도 27일 회원국인 미얀마 군사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폭력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인 아세안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이날 별도로 모임을 가진 뒤 발표한 성명에서 시위 진압에 자동 소총이 사용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얀마의 니안 윈 외무장관에게 시위대에 대한 폭력 진압과 희생자 발생에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태도가 변수=국제사회가 미얀마 제재에 뜻을 같이하고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미얀마가 오래전부터 서방과는 문을 닫은 나라라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가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BBC 방송은 "미얀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미얀마 군사정권과 통상 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인도.러시아"라며 "이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중국은 에너지 등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미얀마에 대한 제재가 쉽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자국의 이익만 따지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국이 취하는 태도가 내년으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여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EU는 "중국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올림픽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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