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김일성회담 北제의 무엇인가-美와 대화겨냥 核동결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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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金日成-카터회담에서의 北韓측 제의로 클린턴 美대통령이 北-美3단계 고위급회담에 선뜻 나설 뜻을 밝히고 있어 이 제의가 과연 난관을 푸는 열쇠가 될수 있을지 관심이다.
한마디로 北韓의 제의엔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사태를 새로 진전시킨 두 측면이 있다.
北韓은 카터 訪北에 앞서 13일 외교부성명을 통해「벼랑끝 내몰기」와 함께「퇴로」를 열어두는 전술을 구사했다.
성명에 나타난 국제원자력기구(IAEA)즉시 탈퇴와 유엔제재의선전포고 간주는 분명히 벼랑끝 내몰기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특수지위」에 따른 사찰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면서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그대로 잔류한 것은 美國과의 협상여지를 남겨둔「퇴로」였다.
北韓이 좁은 선택여지를 남겨놓고 美國과의 협상을 요구한 것은노회한 金日成이 카터를 평양에서 맞이하는 순간을 면밀히 계산했음을 뜻한다.
金日成이 IAEA 사찰원의 활동지속을 보장하고 감시장비의 작동도 보장하겠다고 밝힌 것은 외교부성명에서 보여준「퇴로」이자 특사로 나선 카터에게 건네준「선물」이다.
이 제의는 5㎿원자로에서 교체된 연료봉의 상태에 대한 감시를허용하겠다는 의미다.
다른 한 측면은 93년 7월 北-美 2단계 고위급회담에서 확인된 흑연감속원자로의 경수로대체와 관련해 새 제의를 내놓은 점이다. 그는 경수로 대체가 완료될 10년쯤을 기다리지 않고 경수로지원 계약단계에서 현재의 핵개발계획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즉 美國이 경수로를 지원하면 IAEA의 사찰대상에서 쟁점이었던 방사화학실험실(핵재처리시설).5㎿급 시험원자로 건설은 물론 96년 완공목표로 泰川에 건설중인 2백㎿급 원자로건설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또 美國이 경수로지원에 들어갈 20억~30억달러에 부담을 느낄 것을 고려해 美國등의 對러시아차관을 활용,러시아製 경수로를북한이 받아 들일수도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북한이 핵의혹을 벗으려는 강한 의지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北韓의 이런 자세가 클린턴 행정부를 대화쪽으로 끌어당기는데 촉매가 된 듯하다.
金日成은 카터에게 韓國戰 실종미군 유해수색을 위한 합동기구를설치하자는 당근도 슬쩍 내밀었다.
그러나 북한의 제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IAEA의 사찰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진전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즉 5㎿원자로의 연료봉계측이나 미신고시설의 특별사찰에 미국과IAEA가 집착을 보인 것은 과거의 핵물질 전용여부를 캐기 위한 것이었다.
韓國은「과거」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金日成의 이번 제의로는 과거캐기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北韓은 특별사찰이 北-美관계 정상화및 평화협정 체결로 우방이될때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 北韓이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지연전술에 매달리는게 아닌가하는 진단이 가능하다.
유엔 안보리의 對北제재 결의안 채택이라는 압박외교를 강화하던클린턴행정부가 서둘러 대북협상 재개의 뜻을 밝힌 것은 中國.러시아 때문에 안보리 제재안이 쉽사리 통과되기 어렵다는 사정을 현실적으로 고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美國이 어떻게 韓國과의 입장을 정리하며 북한의 제의를 전환점으로 삼아갈지 주목된다.
〈兪英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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