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바람직한 역할(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유엔을 통한 북한 제재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많은 눈길이 북경에 쏠리고 있다. 중국이 북한에 핵개발 의혹을 밝히도록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인데다 유엔안보리의 제재의안 채택에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탓이다.
북한의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던 노력은 이제 한계에 이르러 국제사회의 일치된 압력으로 북한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할 형편에 이르고 있다. 그러기 위한 수단으로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의 집단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데 거의 모든 나라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유일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신속한 행동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이 반대하면 효과적인 제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줄곧 북한에 대해 제재를 하면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키고,한반도의 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해 왔다. 중국의 이러한 입장은 물론 그 나름대로 상당한 타당성을 지니고 있었고,그 때문에 미국과 우리 정부는 지나칠 정도로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집착해왔다.
그동안 북한이 번번이 약속을 깨뜨려 안보리에서 제재문제가 논의되곤 했으나 강경한 경고보다는 온건한 형태의 권고형식을 취한 결의안과 의장성명을 택한 것은 중국의 그러한 입장을 반영한 것이었다. 지난 15개월간 한차례의 결의안과 두차례의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핵비확산조약(NPT)상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그토록 촉구했으나 별 효과가 없이 현상태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번에 제재논의를 불러오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핵연료봉 교체문제는 안보리의장 성명채택 때 중국도 다른 때와 달리 이의없이 동의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성명채택 즉시 이를 반박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으로 하여금 핵에 대한 의혹을 밝힐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은 무엇이겠는가.
우리로선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고 본다. 대화를 통한 해결을 위해 우리측은 그동안 가능한 방법과 수단을 거의 모두 소진해 버렸다. 중국으로서도 이러한 상황을 모를리 없어 매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개적으로는 계속 대화에 의한 해결만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행태로 보아선 지금까지와 같은 형태의 대화로는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 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도 이제는 중요한 단안을 내릴 때가 되었다. 진정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정을 원한다면 현재로서 가능한 방법을 통해 북한의 핵의혹을 밝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런 행동이 국제사회의 큰 나라로서 중국이 해야할 책무이기도 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