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과 세정개혁(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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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실명제 실시이후 추진해 왔던 세재개편안이 마련되었다. 96년분 소득부터 시행될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의 이자소득 기준이 1천만원에서 2천만원까지로 결정되었고,도입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가족소득 전체 대신 우선 부부합산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기로 했다. 현재의 이자율을 감안할 때 대략 1억원에서 2억원 이상의 예금을 가진 사람은 일단 종합과세 의무화대상이 되며,그 이하의 예금주는 분리과세와 종합과제중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세제개편안은 동시에 내년중 소득세 최고세율을 5%,법인세율을 2%포인트 인하하며 특소세 전반에 걸쳐 대폭적인 세율인하를 계획하고 있다. 이 안은 그동안 재무부가 조세연구원에 용역형식으로 연구를 의뢰한 내용인데 공청회를 거치면서 외부의견을 수렴하겠지만 대체로 정부의견을 연구원안이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공식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기본방향은 세율은 낮추되 줄어드는 세수를 세정의 개혁과 합리적인 강화를 통해 보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실명제가 도입되면서 학자들과 기업 등 민간부문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방향이다. 다만 문제는 정부가 의도하는대로 세정이 합리화되어 부족한 세수를 세울 수 있느냐가 이번 세제개편의 성패를 가름하는 관건이며,동시에 실명제 정착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세제개편안의 주요 내용중의 하나는 부가세 과세특례자를 사실상 없애는 것이다. 면세범위를 현행 6백만원에서 3천6백만원으로 올려 대부분의 대상자를 흡수하는 대신 이제가지 무자료거래를 통해 탈세하던 관행을 고치기 위해 징수노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탈세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완화하면서 가산세율을 적용해 경제적인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속세는 취득유산세제로 과세방법이 바뀌나 배우자간 상속증여에 대한 비과세 확대는 인정치 않기로 했다. 사치품에 대한 특소세율이 60%에서 20%로 대폭 인하되고,과세방법도 일정금액 초과분에 대해 과세하는 초과금액과세제로 바뀐다.
이 세제개편안은 소득세와 법인세의 인하와 부가세특례자의 폐지 등에서 나타나듯이 실명제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개혁적인 수준이라기 보다는 현실 고수의 타협적인 자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명제를 정착시키기에는 세율인하의 폭이 작은데다 세수감소를 보충하는 대상으로 재산세에 대한 징수노력을 강화해야 할텐데 이 부분에는 별로 언급이 없다. 또한 현재 국세청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전산자료의 정비를 통한 세정의 강화도 역시 아직은 효과가 의문시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정부의 세제개혁에 대한 의지를 국민에게 보이려면 세제개편과 조화를 이루는 세정의 개혁방향을 조속히 발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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