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구속제도 그 독특함에 대하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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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 10면

체포와 구속. 형사소송법에 나와있는 인신구속제도다. 체포는 수사 초기에 피의자를 잠시 잡아놓기 위한 제도다. 이 단계에서는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수사권이 최대한 보장된다. 하지만 장기간 인신을 잡아두는 형사절차인 구속은 체포와 그 취지가 다르다. 재판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한 제도인 것이다. 따라서 검사의 수사권뿐 아니라 피의자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형사 사건은 검사와 변호인·피의자의 싸움이다. 수사 편의를 위해 구속을 남발하면 피의자는 공정한 재판을 받기 어렵게 된다.

우리 사법체계는 구속 남발을 막기 위해 여러 제도를 두고 있다.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면 판사는 피의자를 신문해 구속이 필요한지 판단한다. 구속 이후에도 구속적부심사·보석·구속집행정지 같은 절차를 둬 인권 침해를 막으려 한다. 구속 요건을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1)일정한 주거가 없을 때 2)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때 3)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로 명백히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시 말해 구속 심사는 공정한 재판을 목적으로 한 절차다. 수사권을 우선적으로 보장받는 체포도, 범죄자를 응징하는 징벌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구속제도를 독특하게 받아들인다. ‘체포적’이고 ‘징벌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구속 이후 재판 결과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면에는 유죄라고 쉽게 단정짓고 잊어버리는 냄비주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경시하는 낮은 법 의식이 깔려 있다.

신정아·정윤재 사건을 계기로 구속제도가 구설에 올랐다. 검사가 청구한 영장을 판사가 잇따라 기각한 것이다. 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물론이고 일부 여론 역시 법원 쪽을 비판한다. 영장실질 심사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꼭 10년이 지났지만 법이 구속 절차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잘 살피지 않는 분위기다. 신씨나, 고위 공직자를 지낸 변양균씨 같은 사람을 변호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다만 감정을 누르고 구속을 형사소송절차라는 측면에서 바라봤으면 한다. 추석 이후에도 영장 청구는 계속될 것이다. 구속 ‘감상법’만 갖춰도 우리 사회의 법치 의식은 부쩍 성장하지 않을까.

▶지난 주
18일 정성진 법무부 장관, “정상명 검찰총장 후임, 현 정부서 임명해야” 의견 제시
18일 서울서부지법, 신정아씨에 대한 영장 기각
19일 부산지검,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20일 기각)
20일 정부, 제주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
20일 전국외국어고교장 장학협의회 긴급 총회. 정부의 특목고 정책에 대한 의견 수렴
 
▶이번 주
25일 한가위 국악한마당(서울광장)
27일 토양·지하수환경포럼(과천수자원공사센터)
28일 서울수복 57주년 기념행사(용산 전쟁기념관)
28일 청계천 축제(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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