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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 신문고로 떠오르는 동영상UCC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주부 권모(35)씨는 최근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샀다가 우유 속에 이물질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흔히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아이에게 먹이려고 산 우유라 생각하니 갑자기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권씨는 이물질이 있는 우유를 컵에 따르는 장면을 동영상 UCC로 만들어 우유 회사에 보내고, 소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의미에서 동영상 사이트에도 올렸다.결과는 권씨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해당 동영상의 클릭 수가 폭발적으로 늘더니 급기야 회사 측에서 사람을 보내 사과와 재발방지 노력을 약속했다.

이에 앞서 몇 달전에는 멀티 플렉스의 안이한 화재 예방 시스템을 문제삼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 멀티 플렉스에서 영화를 본 한 네티즌이 만든 이 UCC는 수십만명 이상이 열람했고, 댓글만 수천개가 붙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초대형 극장에 겨우 두대의 엘리베이터가 가동되고 있을뿐 비상구마져 막혀 있어 비상시 대형 참사의 위험이 있다는 내용이었고, 이를 본 네티즌들이 공감과 성토의 글을 올린 것이다. 신문방송이 동영상 내용을 기사화했고, 방재당국도 긴급 점검에 나섰다. 결국 해당 업체는 사과와 더블어 시설보수를 약속했고, 이에 자극받은 다른 멀리 플렉스 업체들도 속속 방재 시스템을 개선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동영상 UCC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이 시대 신문고로 활약하고 있다. 과거 전화나 디지털 카메라가 해왔던 역할을 이제 동영상이 넘겨 받은 것. 실제로 판도라TV(www.pandora.tv)를 비롯한 각종 동영상 UCC 사이트에는 자신들의 피해를 고발하는 내용의 동영상 UCC가 활발하게 올려지고 있다.

최근 자동차의 결함을 담은 동영상 '비 내리는 베라크루즈'는 인터넷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동영상을 올린 소비자는 구입한지 두달이 못된 자동차에서 물이 샌다며 이와 같은 동영상을 제작했다. 영상 속에서 문제의 자동차는 자동세차기로 세차를 하는 동안 시트와 자동차 내벽에 물이 줄줄 새는 등의 문제를 보인다. 동영상 제작자는 " 명백한 차량 결함에도 불구하고 제조사인 H자동차에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무성의함이 아쉽다"며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없길 바라는 차원에서 이 같은 동영상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유명 커피전문점에서 제공하고 있는 냅킨에서 형광물질이 검출됐다는 내용의 동영상과 고시촌 식당의 비위생적인 음식 관리 문제를 고발한 동영상도 있다.

이처럼 각종 동영상 UCC의 사회적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판도라TV의 황승익 마케팅 이사는 “동영상으로 표현되는 이러한 고발 내용은 어떠한 형태보다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할 수 있으며 사용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며 “항후 소비자의 권익과 권리를 보장하는데 있어 UCC활용이 확산된다면 막강한 사회적 모니터링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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