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보고>프랑스 뒤흔드는 경제스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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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프랑스 대기업의 최고 경영층들이 기업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프랑스 경제계가 부정부패 스캔들에 휘말리고 있다. 비교적 깨끗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재계에서 최근들어 기업범죄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은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기업의 국제화로 투명성이 요구되면서 그동안 묵인됐던 검은 틈이 노출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과거에는 기업들이 공동의 이해를 위해 거래관행에 대해 비밀을 지켜왔으나 상거래의 국제화와 함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부정을 중심으로 비밀보장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유럽 최대의 엔지니어링 그룹 슈나이더社의 디디에르 피노 발렌시엔느 회장이 벨기에 법원에 의해 구금되고 세계적 패션업체 이브 생 로랑의 피에르 베르제 사장이 내부자거래를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있다.
또 알칼텔 알스톰.크레디 리요네등 프랑스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전.현직 최고경영자들이 각종 금융부정에 연루되는등 부정 스캔들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프랑스-벨기에 양국간의 정치적 마찰로까지 비화된 슈나이더 사건은 1일 벨기에 법원이 발렌시엔느 회장에 대한 프랑스의 석방압력에도 불구하고 구금연장을 결정,돈세탁과 회계부정등 혐의에 대한 유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브 생 로랑의 베르제 회장과 프랑시스 브레텔 사장은 지난해1억프랑의 주식을 장외에서 거래,증권거래법 위반혐의가 인정된 상태다. 알칼텔 알스톰社의 페에르 쉬아르 회장은 국영전화공사 프랑스 텔레콤社에 장비를 공급하면서 6천만프랑(약84억원)이상을 과다 징수한 혐의와 함께 회사 돈으로 자신의 집에 안전장치를 설치해 공금유용의 혐의도 받고 있다.
알칼텔 알스톰은 19만5천명의 직원을 두고 92년말 1천7백억프랑의 매출액을 올린 프랑스 최대 통신설비 제조업체.
기업가에서 정치가로 변신해 대중적 인기를 끌고있는 베르나르 타피 의원은 지난해 자신이 구단주로 있던 유럽 최강 프로축구팀올림픽 마르세이유가 유럽컵 결승전에서 승리하도록 결승전 상대팀의 선수를 뇌물로 매수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또 자신의 초호화판 요트를 사용하면서 탈세한 혐의와 의도적으로 투자자들에게 거짓 투자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1백만프랑의 벌금형을 받고 상고중이다.
또 유럽 최대의 은행 크레디 리요네의 장 이브 아베레 前회장은 지난해 「세기의 금융스캔들」로 불리는 69억프랑의 천문학적적자를 내 국회에서 심사가 한창이며 스위스 회사의 부도와 관련돼 스위스에서 이미 체포영장이 떨어져 있는 처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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