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미주알고주알>박찬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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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朴贊浩(21)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아픔이 있다.
공주고 1학년에 재학중이던 89년 제19회 봉황기쟁탈 전국 고교야구대회에 참가했던 박찬호는 당시「고1돌풍」을 일으켰던 林仙東(연세대 3년)이 이끄는 휘문고와의 경기에서 처참하게 무너졌다. 朴은 임선동과의 맞대결에서 패한 것은 물론 당시 휘문고3년 朴正爀에게 3개의 홈런을 얻어맞으며 그를 스타로 만들어줬다. 야구팬들은 이날 경기를 보고 임선동과 박정혁을 뚜렷이 기억하게 됐지만 누구 하나 흠씬 두들겨맞으면서 고집스레 마운드를지킨 박찬호를 기억하지는 못한다.
어릴적부터 누구보다도 지기를 싫어했던 朴은 눈물을 훔쳤던 이날 경기를 평생 잊지 못한다.자신을 다시 태어나게 한 계기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2년후 91년 청소년대표에 뽑힌 朴은 다시만난 林,그리고 또다른 라이벌 趙成珉(고려대3년)과의 삼각경쟁에서 멋지게 그날의아픔을 되돌려줬다.그들과 함께 뽑혀 참가한 한.미.일 청소년 야구대회에서 혼자 3승을 따내며 에이스 위치에 오른 것.그러나관계자들은 그래도 朴을 맨 마지막에 불렀다.늘 임선동-조성민-박찬호 순이었다.
최근에야 비로소 완전한 역전이 이루어졌다고나 할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후 관계자들은 더 이상 朴의 이름을 세번째로 부르지 않는다.국내 최초의 메이저리거에게「서열3위」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는 이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노력이 가장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朴은 회고하고 있다.
요즘 朴은 자신의 약점인 제구력을 보완하기 위한 훈련에 매달려 있다.지난 1월12일 LA 다저스와 입단계약을 하면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또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새로 생긴 라 이벌 대런 드라이포트(22)에게 뒤지고 있는 것도 朴의 오기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똑같은 우완정통파에 빠른 공을 주무기로 하고 있으면서도 드라이포트가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투수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반면자신은 마이너리그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6개월째 접어든 미국생활에 고향 가족들과 서울의 친구들이 그립지만 라이벌에게 뒤질 수 없다는 오기가 朴을 다그친다.
〈李泰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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