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의심스런 日과민반응 속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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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은 당사자인데도 어찌 그리 태연한가.』 요즘 일본사람을만나면 자주 듣는 얘기다.북한 핵문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데 일본보다 한국이 오히려 조용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일본 신문은 연일 머릿기사와 주요지역 특파원들의 해설기사로 지면을 채우고 있고,NHK를 비롯한 TV들도 항상 머릿기사로 다루고 있다.모두 제재를 전제로 한 국내 대책을 크게 다루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제재를 거론하고 국제원자력기구가 북한핵의『군사전용여부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낸 3일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오히려 5.0포인트가 올랐다.
반면 일본은 주식.환율.채권 모두 떨어졌다.엔화는 전날보다 달러당 0.42엔 떨어진 1백5.07엔에 거래돼 약2개월만에 1백5엔대로 하락했다.
물론 환율이나 채권.주식시세가 북한핵문제에 따른 한반도 긴장이란 요인만으로 떨어졌다고 볼수는 없다.그래도 한국과 대비되는것만큼은 틀림없다.
일본은 현재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로 송금중단.미군후방지원등 10여가지를 검토하고 있다.자위대의 미군후방지원은 위헌시비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다.
이처럼 북한 핵문제와 관련,당사자인 한국은 느긋한 반면 일본은 초조해하고 있어 우 리가 너무 둔감한 것인지, 일본이 너무예민한 것인지 헷갈린다.한국은『일본이 우익을 중심으로 북한 핵위협을 강조,재무장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것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반면 일본은『북한이 동족인 한국에 핵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며 통일이 될 경우 북한의 핵은 한국몫이라는 생각으로 한국이 느긋한 것 아닌가』라고 의심하는 것같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너무 낙관적이었고 일본은 이를 국내정치와 재무장등에 교묘하게 이용하려 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냉전체제가 붕괴된 마당에 한국은 과거처럼 對공산권 방파제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것이 일본의 시각이다.일본 우익은 오히려이를 계기로 재무장과 정치대국화를 지향하려 하고 있다.여기에 미국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한반도 긴장과 무력충돌시 손해는 누가 보는가를 명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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