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공직자를 애도하는 길(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두 공무원의 죽음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서울 동부경찰서 김남식경장과 영등포 소방파출소 허귀범 소방사­. 하나같이 2천만∼3천만원의 전세살이였고,격무속에서도 성실히 일해온 모범공무원들이었다.
이들의 죽음에 가슴아픈 것은 다 마찬가지겠지만 그러고만 넘겨버려서는 안된다. 박봉과 격무에 시달려온 것은 이들만은 아니었다. 비난과 질책을 가장 많이 받는 공무원이 바로 경찰관과 소방관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일방적으로 비난만 할 수 없게 되어있다. 한 방울의 눈물 보다는 정부도,국민도 이런 기회에 이들의 근무여건을 깊이 헤아려 그 개선에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진실로 두 죽음을 애도하는 길이 될 것이다.
고 김 경장은 지난달 27일엔 철야당직을 했다. 28일엔 쉬어야 하지만 27일 사건의 영장신청 등 잔무처리 때문에 28일 오전까지도 일을 계속했다. 28일 오후에야 귀가해서 잠을 자고 나선 29일엔 형사기동대에 배속돼 순찰 등의 업무로 하루 온종일 외근을 했고,30일에도 출근해 살인미수 사건처리 등으로 하루를 보내다 31일 새벽 1시30분에야 귀가해 잠시 눈을 붙였다. 그리고는 다시 오전 7시30분에 출근해 일을 하다가 쓰러진 것이다.
당직­당직잔무처리­형사기동대­수사활동 등으로 쳇바퀴 돌듯 한 김 경장의 생활은 결코 예외적인 경우였던게 아니다. 오늘도 이어지고 있는 일반 경찰관들의 전형적인 근무양상이다.
이런 근무조건 속에서 과연 어느 누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러고도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이 1백만원도 채 안된다면 공복의식이 투철한들 얼마나 투철할 것인가. 또 맡은바 직분은 과연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많은 경찰관·소방관들이 그 흔한 파업 한번 못하고 묵묵히 일하고 있는데 우리들은 먼저 감사해야 한다.
공무원의 처우개선은 현재 정부가 연차적 계획을 세워 추진중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일률적인 개선 계획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그 개선이 더 급한 부문과 덜 급한 부문이 있게 마련이다. 업무의 중요성,근무의 강도에 비추어 시급히 특별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부문이 있다. 우리는 그중 한 부문이 바로 경찰 및 소방 부문이라고 생각한다.
업무의 성격과 강도에 따라 처우에 차등을 두는 사례를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서 보아오고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연재한 「경찰과 시민사회」란 기획시리즈에서도 런던경찰청장의 연봉이 총리의 두 배나 된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일률적인 처우 및 근무조건의 개선계획은 그것대로 추진하되 몇몇 분야에 대해서는 그것과는 별도의 대책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