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와 비즈니스세계는 별개 유엔 경제제재국 수입상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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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치적 목적으로 행해지는 유엔의 경제제재도 물 흐르듯 흘러가는 비즈니스의 움직임을 막지는 못한다.현재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두 나라중 하나가 우리나라에서 생필품을 사들이기 위해 제3국의 巨商을 통해 국내업체와 대규모의 은밀 한 상담을 벌이고 있다.지난 4월22일 서울에 들어온 이 中東의 巨商은 단지 S라는 이니셜로만 통한다.그러나 그는 이미 50여 국내 업체들과 접촉,벌써 수억달러 규모의 생필품을 사들이기로 계약해놓았다. 그는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린다.직접 상담에 나서는 것을 피하고 대신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在美교포를 내세워 상담을 벌이고 있다.그 재미교표 역시「미스터 金」으로만 통한다.일부 국내업체는 그가 수입국 대통령의 인척이라고 알 고 있으나 정작 본인은 일체 입을 다물고 있다.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상품은 농기계.승용차.의류.양말.신발 등이다. 상담규모가 처음에는 1억달러를 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금액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예컨대 某자동차회사에는 한꺼번에 승용차 2천대를 사겠다고 제의했고 釜山의 某양말공장에는 1년치 생산량 전부를 사겠다며 값을 뽑아달라고 하기도 했다.
S는 자신의 권한으로 사들일 수 있는 금액이 10억~15억달러라고 한 국내 업체에 밝혔다.이는 올해 우리나라 총수출 예상액 9백20억달러의 1.1~1.6%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그가 이 액수를 韓國에서 모두 구입할지는 미지수지만 국내업체들은모처럼만에 만나는「큰 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S의 상담규모가 워낙 크자 일부 업체들은「무역사기극」이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했다.그러나 S는 英國 A급 은행의 신용장을 개설한 후 물건을 싣는다는 조건을 이미 제시했고 따라서 그와 계약을 한 업체가 피해를 볼 염려는 없다.
또 일부 업체는 상담 초기에 무역진흥공사를 통해 이미 S의 身元과 재정상태를 확인,「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더구나 S와 국내 업체들은 이미 유엔으로부터 일부 품목의 수출승인까지 받아놓은 상태다.
특수한 나라와 맺는 거래인만큼 이 계약은 우선 유엔制裁委로부터 군수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없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내용의 수출승인을 받아야 한다.유엔의 승인없이 당사자간의 계약만으로 화물을 싣고 가다가는 해안봉쇄에 걸려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현재 트랙터등 농기계 약 1억달러어치에 대해서는 이미 외무부를 통해 유엔의 승인이 나와 있다.또 승용차.신발.양말.의류등에 대해서도 벌써 수출승인을 신청했거나 준비중에 있다.
트랙터를 수출하기로 한 업체는 S가 믿을만한 은행의 신용장만개설해주면 즉시 물건을 선적할 계획이다.S는 금주중에 신용장을터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의 말대로 신용장이 개설되면 이달말에는우리나라 농기계가 유엔의 해안봉쇄를 통과,수 입국에 도착하게 된다. S와 계약을 한 국내업체들은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이번생필품의 수출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또 核문제와 관련,北韓에 대한 제재가 나오더라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라도 어딘가는 비즈니스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지적하고있다. 〈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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