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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술처럼 찬반양론이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것도 없다. 영국의 재상 글래드스턴은 『전쟁·흡연·전염병,이 세가지를 쳐도 술의 손해와 비교될 수 없다』고까지 했지만 근엄한 칸트도 『술은 마음의 솔직함을 운반하는 물질』이라고 긍정적으로 보았다.
그러나 극단적 반대론자까지도 반대할 수 없는 술이 우리나라에 있으니 그것이 막걸리다. 막걸리가 몸에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 막걸리가 영양의 보고라는 식품공학 교수의 연구논문이 나와 화제다.
「UR대비·신토불이」 실천을 위한 막걸리의 특성과 영양성분에 관한 세미나」라는 긴 이름의 세미나에서 발표될 유태종교수의 논문은 막걸리에는 살아있는 효모가 있고 단백질도 12.6%나 들어있다고 밝힌다. 단백질중에서도 몸안의 조직합성에 기여하는 라이신,간질환을 예방하는 메티오닌 등이 들어있고,특히 막걸리의 새콤한 맛을 내는 유기산성분은 장수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장수촌으로 알려진 전남 고흥과 경남 남해의 몇몇마을 80세 이상 고령 남성중 50% 이상이 매일 막걸리를 반되정도 마시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막걸리의 이런 유익한 작용을 알았다면 술을 악담한 글래드스턴도 막걸리는 예외라고 했을 것이다.
최근 우리의 김치가 국제적 명성이 높아지자 일본인들이 「기무치」라고 해서 종주국자리를 노린다는 소식이 들어오고,우리의 인삼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자 중국·일본 등에서 약효가 훨씬 떨어진 자국산 인삼을 한국산으로 위장해 수출한다고 한다. 이러다가는 언젠가 막걸리까지 다른나라에서 선수를 쳐 국제상품화하는 일은 없을지 모르겠다. 순수한 우리 것을 가꾸고 발전시켜 세계적인 명품으로 만드는 노력이 시급하다.
원래 좋은 막걸리는 달고(감),시고(산),쓰고(고),떫은(삽) 네가지 맛이 잘 어울리고 감칠맛과 청량미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요즘 시중의 막걸리 맛은 아직 이런 수준에 이른 것 같지 않다. 빨리 더 관심을 기울이고 품질을 개량해 한국 막걸리의 명성을 세계에 떨쳐야겠다. 약삭빠른 일본인이 「마까리」 「마꼬리」하는 식의 괴상한 이름으로 나서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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