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00km로 물 위를 나는 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정부가 2012년까지 상용화하려는 100t급 위그선의 가상도. 시속 300㎞로 물 위에 떠서 달릴 수 있다.

2012년이면 ‘위그선’이라는 꿈의 초고속 화물선으로 인천과 부산을 반나절 만에 왕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시속 300㎞의 ‘날아다니는 배’인 국산 대형 위그선이 그 무렵이면 상용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형 화물 위그선 실용화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의결할 예정이다. 정부는 적재량 100t 규모로 시속 300㎞, 길이 77m, 폭 65m인 위그선 개발을 목표로 잡았다. 이런 속도는 고속철도와, 적재량은 보잉 747 비행기와 맞먹는다. 시험 선박을 2011년까지 개발하고 이듬해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대형 위그선의 실용화 사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2005년. 당시 STX조선 등 사업참여 예상 기업들은 초도 물량 10척이 팔리지 않을 경우 정부가 선박 인수를 보장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지금까지 사업 진척을 보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 출연한 72억원의 사업비를 회수하는 등 사업 자체가 취소될 위기까지 갔다.

꺼져 가던 불씨가 되살아난 것은 대우조선해양이 앞으로 5년간 200억원을 투자한다는 투자 확약서를, 한화기술금융은 투자의향서를 각각 제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대우조선해양 이외에도 신동디지텍·21세기조선·동강엠텍·KCEI·GMB 등 총 6개 기업이 사업에 참여한다. 정부는 845억원을, 민간은 825억원을 들여 위그선 개발에 착수하기로 했다.

위그선은 군사·민수 양쪽 부문에서 수요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이후 연간 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5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항공과 여객선 수요의 상당 부분을 위그선이 가져갈 전망이다.

위그선은 1979년 러시아가 시속 350㎞짜리를, 85년 시속 500㎞짜리를 개발해 상륙정 및 미사일 발사선으로 실전에 투입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초창기엔 위그선을 배로 할지, 비행기로 할지 개념 규정이 모호했지만 배로 간주하기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중국 ·호주 등 각국이 민수용과 군수용으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인승 여객 위그선의 기본 설계를 끝냈다. 이번 대형 화물 위그선은 개념 설계를 마친 상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위그선=‘위그(WIG)’는 영문 ‘Wing In Ground-effect’의 이니셜을 딴 약어다. 수면 위 1~5m를 떠서 달리는 배라는 뜻이다. 수면과 날개 사이에서 비행기처럼 공중으로 떠오르려고 하는 양력이 발생해, 일부가 물에 잠겨 운항되는 배보다 서너 배 빠르게 달린다. 시속 100~500㎞를 낼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