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畵壇서 홀대받는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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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5면

사람들이 미술에 대해 갖고 있는 일반적 관념이 과연 어떠한 것인지는 사회학적인 조사를 해보기 전에는 정확하게 알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매우 보수적이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그러한 보수성은 아직도 미술하면 우선 그림,그 다음 조각을 떠올리는 타성으로 대표된다.개인적으로 취향이 보수적이냐,진보적이냐 하는 것은 각자 나름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 보수적 태도가 한 사회의 지배적인 경향이 되어 마땅히 주목해야 할 것을 잊게한다는데 있다.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사진이다.즉 오늘날의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중 하나인 사진이 우리나라의「고상한」화단,미술계에서는 여전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요즈음 영상시대니,영상산업에서의 국가경쟁력이 매우 중요하니 어쩌니 떠들어대지만 그 핵심이고 기본이 되는 사진의 중요성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니 다 속빈 강정이다.사진이 제대로 서지 않고서는 영화.비디오.출판,나아가 제반디자인도 알차게 발전하기 힘들다.
사진의 수요가 사회적으로 그렇게 엄청나고 날이 갈수록 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도 이에 대한 제도적.교육적준비는 전혀 돼있지 않다.물론 몇몇 대학에 사진학과가 설치되어있고 그 수도 조금씩 늘어가리라 예상은 된다.
그러나 소위 일류라고 하는,자칭.타칭 한국의 미술을 이끈다고자부하는 서울대미대.홍대미대에는 아직 사진학과가 없다.변변한 사진강의조차 제대로 개설되어 있는지 의문이다.이 상태가 이들 미술대학에 몸담고 있는 화가.조각가.디자이너 교수 들의 집단적이해타산 또는 자기영역 보존 본능 때문인지,대학 당국이나 문교부의 게으르고 무지한 행정 탓인지 이제는 정식으로 물어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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