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클린턴 「북핵통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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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더이상 기만행위는 불용” 단호/안보리 요구 거부땐 즉각 제재
김영삼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31일 가진 전화통화에서 예정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성명이 북한에 대한 최후통첩 성격의 것임을 분명히 했다. 양국 대통령은 북한의 기만적 행위에 깊은 분노의 표정을 감추지 않으면서 더이상 북한의 농락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 대통령은 대북성명을 통한 안보리의 1차시도가 실패할 경우 결국 대북제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처음으로 공식 강조했다. 또 클린턴 대통령은 안보리 성명이 북한에 대한 직접적 제재를 언급하고 있지는 않으나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위해 북한의 의무준수를 촉구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말로 북한이 안보리의 권고를 무시한다면 막바로 제재에 돌입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양국 대통령은 특히 안보리 개회기간중 러시아를 방문하는 김 대통령이나 유럽을 방문하는 클린턴 대통령이 여행중에도 수시통화에 의한 대북제재 논의를 약속하고 북한이 ▲핵연료봉 교체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활동보장이라는 안보리의 요구를 거부하면 즉각적인 제재조치가 취해질 것임을 확실히 했다.
양국 대통령의 통화에 배석했던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처럼 격앙된 정상들의 목소리를 들은 바 없다면서 이같은 합의가 과거와는 다른 「결연한」 것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북한이 안보리의 성명을 외면한다면 국제적인 대북제재조치가 가해질게 분명하고,이럴 경우 북한의 「돌출행동」 즉 대남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는 상황도 도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한미간의 공고한 협조체제와 일본·중국·러시아의 지지만 확보하면 해결하지 못할 어떤 문제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번 통화로 볼때 이들 3국의 지지를 얻어낼 자신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는 최혜국대우 연장을 결정하는 등 이를 대비한 정지작업을 진행시켜왔다.
특히 지난 3월 안보리의 북한 핵문제 처리방안 논의때 중국이 앞장서 의장성명을 주도했으므로 북한을 비호할 명분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일 3국은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중국의 반대로 어렵게 되면 유엔과는 별개의 국제공동 제재를 가한다는 방안도 구상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 핵과 관련해 우유부단·무원칙 등의 비판을 받아온 김 대통령이나 클린턴 대통령 모두가 이번에는 끝장을 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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