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한국축구는 아시아 자존심 홍콩신문들 대서특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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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최근 홍콩의 주요일간지들에 북한의 핵사찰 문제만큼 자주 등장하는 한국관련 기사가 있다.
바로 한국의 월드컵축구대표팀에 관한 소식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나 홍콩스탠더드등 영자紙보다 중국어 신문에,그중에서도 明報등 중립지보다는 친중국.친대만 성향을 띠는 신문등에 더 크고 더 자세하게 한국대표팀의 동정이 실린다.
동정이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닌 것이 한국팀의 평가전 결과등주요 활동사항은 물론 사소한 훈련스케줄등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세세하게 보도되는 까닭이다.
24일엔 친중국계 양대 신문인 文匯報와 大公報가 지난 22일확정된 한국 월드컵대표팀 최종엔트리 22명의 명단과 향후 전망등을 각각 체육면 톱과 사이드기사로 올렸다.
「남한팀 신인 위주로 팀구성,金鑄城 가세로 논쟁가능성」이라는제목의 톱으로 다룬 文匯報는 선수 개개인의 팀소속까지 밝히는 친절을 보였다.
한편 大公報는 한국팀의 실력이 본선 24강중 바닥권이라고 꼬집는 副題를 붙였으나 기사에선 3장의 관련사진과 한국팀의 예선성적.명단.대진일정등 4개의 도표를 싣는 파격에 가까운 특집란을 꾸몄다.
심지어 오는 6월15일로 만30세를 맞는 具相範의 체력이 여전하다는등 한국축구에 상당한 지식을 갖춘 깊이있는 보도로 이어졌다. 친대만계의 대표적 신문인 홍콩聯合報도 이날 한국팀의 엔트리변화와 역대 성적 등을 도표로 꾸미는등 친중국계 신문에 뒤질세라 한국축구 보도에 열을 올렸다.
아무리 홍콩의 축구열기가 높다해도 무슨 까닭으로 이처럼 한국월드컵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큰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보험외판원인 올해 32세의 위량지에(余良杰)씨에 따르면『한국이 바로 아시아축구의 대표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한국의 월드컵대표팀은 한국 축구팬들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지역예선을 통과,아시아 대표로 뽑힌만큼 이제는 한반도를 넘어아시아 모든 국가 축구팬들의 애정어린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비록 태극마크를 달고 애틀랜타로 향하게 되지만 그 뒤에는 축구가 國技다시피한 중국등 수많은 아시아국가 축구팬들의 응원이따른다는 점을 깊이 인식,배전의 노력으로 아시아축구의 자존심을지켜주어야 할 시점이다.
[홍콩=劉尙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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