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논술한다] ‘다민족·다문화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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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다문화 수용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크다. 첫째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의 부정적인 시선을 변화시킬 수 있다. 다문화 수용의 자세는 얼마 전 중국에서 일어난 ‘혐한류’ 같은 반한 감정을 불식시키고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의 구습들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대체할 문화로서 외국문화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성숙한 문화를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검증된 외국문화를 들여와 우리나라에 맞게 정착시킨다면 그로 인해 생겨나는 부작용도 적을 것이다.

 (3)반대로 다문화 수용이 지나칠 경우 민족 정체성이 소멸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는 외세에 침략당해 민족문화를 말살당할 뻔 했던 기억과, 많은 전통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할 때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무분별한 다문화 수용으로 민족문화가 사라진다면 그것은 또 다른 식민 지배를 받는 것과 다를 바 없다. ②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올바른 다문화 수용의 자세가 요구된다.

 (4)민족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다문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학계의 총체적인 연구나 시민을 위한 체험 행사 등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다문화 수용의 문제점도 해결될 것이다. 정부는 세계 각국의 문화 사절단을 초청해 축제를 연다거나 외국 학교와 연대를 통해 문화 체험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해봄 직하다. 사회의 주인이 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다문화 교육도 실시해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갈등을 해소할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또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에서 외국문화를 소개하고 오프라인에서의 문화적 만남을 추진할 수 있다. 이런 문화적 만남은 본받을 만한 문화를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5)바람직한 다문화 수용은 개방적인 민족주의로 나아가는 길이며,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법이다. 하루아침에 우리가 지닌 태도를 바꿀 수는 없지만, 다문화 수용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앞으로 우리의 행보가 중요할 것이다.  

성아영 (창동고 3년)

총평과 첨삭

 아영 양의 글은 우선 글쓰기의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 주제를 몰고 가는 힘도 있고 글의 구성과 표현도 전반적으로 매끄러운 편이다. 그럼에도 몇 가지 보완할 만한 게 있다.

 이 글의 주제 ‘다민족·다문화 사회’는 외국인 노동자, 국제결혼으로 인한 외국인 여성 배우자와 혼혈아의 인권 문제가 이슈화됐기 때문에 출제한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은 이런 현안과 논제를 직접 연결하지 않아 아쉽다.

 논제를 뜯어보면 다문화 수용으로 민족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고려하길 요구했는데 서론에 나타난 글의 방향은 주로 다문화 수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본론을 (2)다문화 수용의 성과 (3)문제점 (4)수용방안 순서로 한 단락씩 제시해 안정된 구성을 취한 점은 돋보인다.

 (1)에서는 문제를 잘 제기했지만 관심을 끌 만한 화제를 내놓지 못했다. 외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여성 배우자,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혼혈아의 인권이 무시되는 상황을 지적하며 다문화 수용의 필요성을 제시했다면 좋은 서론이 됐을 것이다. (1)에서 밑줄 친 ①문장은 ‘원천 봉쇄’라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원천 봉쇄의 오류란 반론이 제기될 수 있는 원천을 비판, 봉쇄함으로써 자신의 논지를 옹호하는 오류다. 다문화 수용을 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 주었어야 한다는 말이다.

 (2)를 보면 다문화 수용의 다양한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폭넓은 사고력이 요구된다. 다문화 수용이 외국인 노동자, 국제 결혼자, 혼혈아 차별 문제에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지, 피부색을 가리지 않고 능력 있는 인재를 채용하면 얼마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등의 내용을 보충해야 한다. 이런 내용은 모두 ‘이슈&테마’나 ‘영역별로 짚어보는 칼럼’에 제시돼 있다. 문제를 풀기 전에 제시문을 꼼꼼히 살펴본다면 글 쓰는 데 도움이 될 터이다.

 (3)의 밑줄 친 ②에서 ‘올바른 다문화 수용의 자세’는 막연한 표현이므로 피해야 한다. ‘다양한 민족문화가 빛을 발할 때 문화적 다양성도 유지될 수 있다.’ 정도의 내용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5)결론에는 논제에 정확하게 부합하면서도 주장이 명확한 주제문이 나와야 한다. 민족문화에 대한 정체성 확립의 기반 위에 다문화를 수용하자는 본론의 주장을 좀 더 구체화시켜 보자. 하루아침에 우리의 태도를 바꿀 수 없다는 부정적인 전망은 피하는 게 좋겠다.

 노미라(중앙일보NIE연구소 첨삭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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