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한국을 좋아하는 중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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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민감정과 외교관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외교적 관계도 중요하지만 국민감정은 더욱 귀중한 것이다.
국교가 수립되고 외교적으로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해도 국민감정은 좋지 않을수 있다.반대로 수교하지 않았거나,그 기간이 얼마되지 않은 나라라 하더라도 국민감정은 오히려 매우 깊을수 있다.
한 국가에 대한 감정과 이미지는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형성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韓.中 양국은 비록 수교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국민들감정은 失보다 得이 훨씬 많다.특히 筆者가 늘 접하는 중국내 지식계층은 보편적으로 한국에 대해 매우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다.여기에는 다음의 몇가지 원인을 꼽을 수 있 다.
우선 韓國과 中國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유구한 유대관계를갖고 있다.한국이 아직까지 漢字를 사용하고 있는 점이나 문화와생활양식이 여전히 儒敎문화가 깊이 자리잡고 있는 점이 대표적인예다.태극기 도안은 바로 古代중국철학의 상징 인 음양팔괘다.
괴로움과 힘든 일을 잘 견딜줄 알며,순박하고 온화한 민족성도그렇다.이러한 특징들은 중국민의 민족성과 매우 비슷하다.중국민의 한국민에 대한 情이 자연스럽게 깊어질수 있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 근.현대사를 통해 한민족이나 중국민족 모두 많은 고난을 겪어왔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이는 양국민의 감정상 능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요인이다.양국민은 오랜기간 열강의 지배를 받으면서 모욕을 당해왔다.민족의 각성과 불굴의 반항의식은 日帝의 침략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형성됐으며 당시 많은 한국의 애국지사와 중국민은 어깨를 나란히 하며 日帝에 대항했다.
반세기 이래 민족분열의 고통을 함께 겪고 있고 우리 앞에는 국가통일의 위업이 성취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이는 자연스럽게韓.中 양국국민감정을 깊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이 경제면에서 고속성장을 이뤄「아시아의 네마리 龍」으로 발돋움한 것도 빠뜨릴수 없는 요인이다.이는 중국민에게 한국인의인상을 깊이 심어줬다.비약적 경제발전은 평화와 문명,그리고 국민의 지혜나 근면성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중국인은 자신들의 뼈아픈 경험을 통해 무력남용과 정치운동,또는 平均主義로는 비약적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없다는 사실을 터득하게 됐다.일반 백성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희생하는 대가로 국력을 키우거나 財力을 집중,특정분야를 발전시키는 방법으로 국력을 증강시키는 것은 비록 세계를 놀라게 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총체적 국력증강의 토대위에서 성취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한국인이 보여준 경제발전 속도는 세계를 감탄시켰으면서도「경제동물」이라는 인상은 주지 않았다.이는 확실히 중국민의 긍정적인 對韓감정을 심화시킨 또 다른 요인이다.
경제발전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민주화를 촉진시키게 마련이다.金泳三대통령은 한국민이 선택한 최초의 문민 대통령으로서 헌법이 부여한 권력행사를 통해 군부정치를 척결,민주정치 정착에 결정적발걸음을 내디뎠다.
현대국가는 민주.法制정치여야 한다.專制.독재를 일삼고 무력을통한 진압으로는 민심을 얻을수 없다.세습제를 실시하려 하거나 천편일률적 여론을 등에 업은 정치 역시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보듯 强權정치도 일정한 조건에서 고도의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그러나 일단 경제가 발전되면 강권정치는 반드시 민주정치로 전환돼야 한다.한국은 이 점에서 중국민,특히 지식계층의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발전에 뒤이어 나타난 金權정치는 아시아 각 국민들에게 심대한 심리적 충격을 가했다.일반백성들은 경제가 발전되어 생활수준이 향상되기를 바라고,분배와 수입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지길 원하고 있다.최근 국제사회에서 부패와 스캔들 이 폭로되는정부.정당은 와해되고 있다.이는 바로 민심의 심판이다.
한국은 문민정부가 들어선후 과감하게 부패를 척결하고 대통령을비롯한 공직자들의 재산공개가 이뤄졌으며,부패한 고위공직자와 군인들이 심판을 받았다.이는 이웃나라인 중국을 놀라게 했다.한국이 금권정치.부패정치의 악성종양에 대수술을 단행 한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한국에 대한 중국민들의 인식을 좋게하는 요인임이 분명하다.
***腐敗척결 높이 평가 현재의 세계는 냉전체제도 아니며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시대도 아니다.모든 나라는 나름대로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他國의 장점을 거울삼아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면 국가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그러나 他國의 단점을 이용,자 신들의 장점만 과장하여 자아도취에 빠진다면 대열에서 낙오할 것은 뻔한 이치다.
韓.中 양국이 경제적으로 상호보완하고 협력하며 양국민간 전통적 우의가 더욱 돈독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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