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비리 뿌리뽑기 고육지책/직무고발제 강화검토 무얼뜻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범죄 속성상 제보없인 발견 어려워/선의피해 막을 제도적 장치 있어야
정부가 공무원들간 상호감시 및 내부고발을 유도하는 직무고발제 도입을 검토하게 된 것은 그만큼 공무원범죄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다.
뇌물수수 등 제보에 의하지 않고는 발견이 어려운 공무원범죄 속성상 수가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범죄인지 및 처벌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초기단계에서의 적발 및 예방 곤란으로 공무원 범죄는 갈수록 대형화·장기화하고 있다
정부는 따라서 공무원 사회의 투명성 보장을 위해서는 공무원들 스스로에 의한 상호감시와 활발한 내부고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직무고발제를 검토하게 된 것이다.
특히 얼마전 확정발표된 「공직사회분위기 쇄신대책」에 맞추어 공무원에 대한 실질적인 생활보장과 사기진작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한편 직무고발제 등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공직사회에 만연된 것으로 진단되고 있는 복지부동 행태를 뿌리뽑자는 생각이다.
물론 형사소송법이나 조세범처벌법 등 각종 단행법규에는 공무원은 직무상 알게 된 모든 범죄혐의내용을 수사기관에 형사고발토록 의무를 지우고 있지만 동양적인 관료사회에서 제대로 역할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직무고발제는 공무원에 의한 공무원범죄 고발로 상하 동료 직원간의 비리상호감시제도다.
고발정신이 발달한 선진외국에서는 미국의 고발자보호법(Whistle Blower’s Protection Act) 등 각종 입법으로 이같은 감시 및 고발제도가 이미 확립되어 있다.
정부가 이밖에 고발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이문옥감사관과 이지문중위 사건의 경우처럼 양심적인 고발이 공직사회를 맑게 한다는 인식이 넓어지고 이들을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직무고발제에 관한 단행법을 제정하는 대신 형사소송법상 근거조항을 살려 통일된 지침을 마련한후 훈령제정 등을 통해 이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 지침에는 고발자의 비밀보호는 물론 고발포상금제도 등 각종 고발유인책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또 일정금액 이상 금품수수 등의 경우는 의무적으로 고발토록 함으로써 고발을 강제화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의리와 정을 중시하는 동양문화의 전통에 비추어 얼마만큼 고발이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도 이의 시행에는 여러 보완장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한다.
서울대 박동서교수(행정학)는 『미국에서 이 제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데는 개인주의 발달에 따른 고발문화의 성숙 등 문화적인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경우 상명하복관계를 중시하는 관료제도의 특성 등 문화적인 전통도 다르지만 특히 중상모략성 투서나 제보가 난무하는 현실에 비추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보완장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활발한 내부고발을 통한 상호감시체계 가동으로 공직사회 비리는 줄겠지만 그대신 상하 및 동료직원간 불신풍조 등 부작용도 고려해야 할 요소로 지적된다.
외부기관에 의한 사정 및 감사활동뿐만 아니라 사무실 동료로부터도 감시당하고 있다고 여겨질 경우 가뜩이나 위축된 공직사회는 더욱 경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직무고발제를 사정활동과 같은 시각으로 이해해선 곤란하다』며 『직무고발제는 형사처벌이 불가피한 공무원범죄를 조기적발,피해확대를 막고 고발자를 보호하는데 중점이 두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김진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