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대의 부자의 모습이 정겹다. 바리데기 북 콘서트에서. 왼쪽이 아버지 황석영씨, 오른쪽이 아들 호준씨. [사진=김성룡 기자]
공연은 9인조 퓨전 음악밴드 ‘우주낙타(宇宙樂打)’의 연주로 시작됐다. 밴드는 ‘투모로우’와 ‘카슈카르에 부는 바람’이란 곡을 차례로 연주했다. 이어 밴드의 리더가 무대에 올랐다. 황호준, 소설가 황석영씨의 장남이다.
“애초에 ‘카슈카르의 부는 바람’을 작곡할 때 ‘만남’을 염두에 뒀습니다. 파미르 고원이 동서가 만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아버님이 ‘이동’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졌는데 『바리데기』와 ‘카슈카르에 부는 바람’ 두 개 모두 만남과 이동이란 키워드로 묶어볼 수 있겠죠.”
부자가 함께 무대에 오른 건 세 번째다. 프랑스와 독일에서 함께 공연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오프닝 무대가 끝나자 한 여성 소리꾼이 무대에 올라 창 한 자락을 불렀다. 황석영씨의 며느리, 그러니까 호준씨의 아내 최수정씨다.
이어 무대에 오른 황석영씨가 아들 자랑을 늘어놓았다.
“호준이가 초등학교 시절에 하루는 TV에서 바하 음악이 나오는데 전 소절을 외워 흥얼거리더라고. 그래서 음감이 있는 줄 알았어요. 한국적 어법을 기본으로 해야 자기만의 음악 양식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피아노를 배우던 아들에게 거문고를 권했고. 그래도 혼자 컸지. 내가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 거 없어요. 음악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아들 역시 아버지를 치켜세웠다.
“저 혼자 컸다고 하시는데 저한테 미안해서 그런 거 같아요. 혼자 큰 건 아니고 ‘함께’라는 게 공간만 점유한다고 해서 쓰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버지 이름에 누가 될까봐 더 조심합니다. 아버지란 존재는 나를 더 다지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실제로 아들의 음악엔 아버지 황석영이 연상되는 구석이 있다. 그가 작곡한 연주곡 ‘섬섬옥수’는 황석영의 단편 ‘섬섬옥수’의 제목을 그대로 따서 만든 것이다. 부자는 나란히 광주의 5월을 보듬기도 했다. 아버지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와 소설 『오래된 정원』을 통해 광주를 다루자 아들은 ‘빛의 나라’를 작곡해 광주의 아픔을 그렸다.
공연은 300여 명의 독자, 아니 관객이 모인 가운데 성공적으로 끝났다. 황석영씨는 이날 열린 행사를 끝으로 국내 일정을 마무리하고 20일 프랑스 파리로 날아간다. 황씨는 파리에 머물다 두 달 전 『바리데기』 출간에 맞춰 귀국했었다. 작가는 “다음달 말께 완전 귀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