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자가 피부로 보람 느끼게 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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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15면

“기부는 일상생활의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조건이 돼야 합니다.”
소외된 아이들의 복지를 위해 자선과 기부문화의 확산에 힘써 온 김석산(67·사진) 한국복지재단 회장의 지론이다. 김 회장은 45년간 우리나라 아동복지계의 산증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석산 한국복지재단 회장

그는 “우리의 기부가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특히 기업 기부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 기부도 중요하고 확대돼야겠지만 개인 기부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기관의 이미지 제고나 홍보 차원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에서 수혜자를 고려할 줄 아는 기부로 업그레이드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기부를 받는 사람들은 대개 위축돼 있고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상황을 잘 이해해 인격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기부의 형식이나 내용이 정착된다면 그것이 사회통합으로 나아가는 지름길 아니겠어요?”
김 회장은 개인 기부가 꾸준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기부자가 알 수 있도록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기부자가 기쁨과 보람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후원자에게 감사패를 안겨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기부금 수혜자가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잡는 데 제대로 쓰이는지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래지향적인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기본으로 해야 합니다.”
김 회장은 기부 형태도 좀 더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혜자들이 일반 시민과 같이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문화인프라에 대한 기부를 늘려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광복 후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대전의 아동시설에서 자란 김 회장은 기부가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더욱 ‘특별한 기부자’들을 잊을 수가 없단다. 7년 전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한 기부자의 유품을 정리하던 자녀들이 ‘재산 중 2000만원을 한국복지재단에 기부하고 싶다’는 글귀가 적힌 메모지를 발견하고 이를 실천에 옮긴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정식 유언장도 아니었어요. 꼬깃꼬깃 구겨진 메모지에 적힌 글이었을 뿐인데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대를 이어 기부를 행하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개미’들의 소액 기부가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은 김 회장에게 이미 신념을 넘어 종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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