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로열티 주고 뭐가 남나 …" 딸기 農家 속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2만여 딸기 재배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국제식물신품종보호협약(UPOV)에 따라 올해 안에 딸기를 품종 보호 대상 작물로 지정할 방침이어서 재배 농가들의 품종 사용료(로열티) 지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딸기의 대부분이 일본산 종자인 데다 수출도 일본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협약에 따르면 정부가 딸기를 품종 보호 대상 작물로 지정하게 되면 우리 농가가 외국산 딸기 종자로 재배 또는 수출할 경우 2년 후부터 로열티를 내도록 돼 있다. 로열티 액수는 향후 협상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딸기 농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딸기 주산지인 충남 논산의 전일영(54.논산시 은진면)씨는 "포기당 1백원씩으로만 로열티를 계산해도 현재 재배 면적(1천2백평) 기준으로 4백80여만원이나 된다"며 "이럴 경우 영농비 부담이 늘어 수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합천에서 5천평에 딸기를 재배하는 정수광(43)씨는 "몇 년 전부터 로열티 문제가 불거졌지만 누구도 대책을 세우거나 돕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0년간 딸기 농사를 지어온 유서옥(47.전북 완주군 삼례읍)씨는 "로열티를 물게 될 경우 수출이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국내에는 장희.육보 등 일본산 딸기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등에서 매향.조흥 등 일부 품종을 개발했으나 일본산에 비해 생산량이 20% 이상 떨어져 농가의 외면을 받는 실정이다.

국립종자관리소 최근진 심사관은 "국가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품종을 개발하거나 딸기 농민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림부 채소특작과 이기식 과장은 "국내에서 재배되는 일본 딸기 품종보다 우수한 신품종을 개발해 종자 지급을 앞당기는 게 최선의 대책"이라며 "민간 기업이나 연구소가 품종 개발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7천8백㏊의 밭에서 21만3천t의 딸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일본 수출량은 1천4백여t(약 80억원)에 이른다.

장미의 경우 과거 독일 등에서 수출 물량에 대한 로열티 지급을 요구해 2002년부터 그루당 1달러씩의 로열티를 농가가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국 1천5백여 장미 재배 농가의 수입이 10% 정도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게 농림부 양기순 서기관의 추정이다.

◆국제식물신품종보호협약=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54개 회원국)이 1961년 체결한 식물 신품종의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회원국이 개발한 신품종에 대한 권익을 보호하고, 우수한 품종 개발을 촉진하는 게 목적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가입했으며, 2009년까지 1백여 작물을 보호 대상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대전=김방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