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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뇌 속을 손금 보듯 … 46. PET 시장 불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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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2000년 11월 30일자 미국 타임지는 PET와 CT를 결합한 기기를 올해 의학 발명으로 선정했다.

다 죽어가던 PET 시장에 갑자기 불이 붙은 것은 두 번의 측면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째는 암 세포 추적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사성동위원소 개발이고, 둘째는 PET에 CT의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나는 거기에 기여한 바가 없다. 현재 상용 제품의 기본형인 원형 PET를 최초로 개발했지만 시장이 활황세를 타도록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획기적인 기술은 처음 몇 년간 수많은 연구자들이 달라붙어 선보이다가 응용 분야로 이어지는 게 보통이다. 나는 그것을 ‘뼈다귀만 남는다’고 표현한다. 동물이 먹이를 잡으면 떼로 달려들어 뜯어먹고 난 뒤 살점이 거의 없는 뼈만 남기는 것과 같다.

그러나 CT 기능을 갖춘 PET 개발은 응용기술 측면에서 대단히 훌륭한 발상이었다. 스위스 제네바대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타운센드와 전기공학자 론 너트가 두 기기를 일체형으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구상해서 만들지 않았나 싶다. 1992년이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미국 국립의료원(NIH)에 내 150만 달러의 연구비를 받았다. 그들은 98년 미국 피츠버그대 병원에 첫 연구물을 설치했다. 처음 나온 영상이 아주 좋았던 모양이다. PET의 분자수준까지 암 진행 상황을 볼 수 있는 성능에다 CT의 선명한 영상이 하나의 기기로 찍은 것처럼 나온 것이다. 의사들은 환호성을 울렸다.

 나도 그 소식을 접하면서 PET의 성가가 제대로 나타났겠구나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도 83년 무렵 똑같은 아이디어를 논문으로 발표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PET의 급속한 보급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또 하나의 기폭제 역할을 한 방사성동위원소 이야기를 해보자. PET를 찍기 위해서는 방사선을 내뿜는 물질을 주사해야 한다. 내가 맨 처음 PET를 개발할 때는 N¹³ 암모니아라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직접 몸에 주사하고 심장 영상을 촬영했다. 방사성동위원소가 몸 속에 들어가 방사선을 내뿜는 것을 몸 밖의 핵 검출기가 잡아 영상으로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원리는 변하지 않지만 방사성동위원소와 이와 결합한 화학 물질이 얼마나 효용성이 높으냐가 중요하다.

 미국 뉴욕에 있는 브룩해븐국립연구소가 80년 처음으로 암 환자 치료에 불소와 포도당을 결합시킨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했다. 암 세포가 정상세포에 비해 포도당을 엄청나게 많이 쓴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포도당과 비슷하게 만든 것이 불소방사성동위원소다. 이 동위원소를 암 환자에게 주사하면 암 세포가 이 동위원소를 포도당인 줄 알고 많이 먹고, 거기서 나오는 방사선이 PET 영상에 나타난다.

 요즘 PET를 설치한 병원은 대부분 불소포도당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한다. 극히 초기의 암 진단에서부터 치료까지 전 과정을 PET-CT 사진으로 손금 보듯 하고 있다. 지금은 불소포도당방사성동위원소뿐 아니라 불소티아민방사성동위원소 등 많은 종류의 방사성동위원소가 개발돼 있다. PET를 다시 살린 일등 공신은 바로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기술 개발이다. 앞으로 어떤 응용기술이 더 개발돼 PET의 효용성을 높여줄지 기대된다.

조장희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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