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 30일자 미국 타임지는 PET와 CT를 결합한 기기를 올해 의학 발명으로 선정했다.
대부분의 획기적인 기술은 처음 몇 년간 수많은 연구자들이 달라붙어 선보이다가 응용 분야로 이어지는 게 보통이다. 나는 그것을 ‘뼈다귀만 남는다’고 표현한다. 동물이 먹이를 잡으면 떼로 달려들어 뜯어먹고 난 뒤 살점이 거의 없는 뼈만 남기는 것과 같다.
그러나 CT 기능을 갖춘 PET 개발은 응용기술 측면에서 대단히 훌륭한 발상이었다. 스위스 제네바대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타운센드와 전기공학자 론 너트가 두 기기를 일체형으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구상해서 만들지 않았나 싶다. 1992년이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미국 국립의료원(NIH)에 내 150만 달러의 연구비를 받았다. 그들은 98년 미국 피츠버그대 병원에 첫 연구물을 설치했다. 처음 나온 영상이 아주 좋았던 모양이다. PET의 분자수준까지 암 진행 상황을 볼 수 있는 성능에다 CT의 선명한 영상이 하나의 기기로 찍은 것처럼 나온 것이다. 의사들은 환호성을 울렸다.
나도 그 소식을 접하면서 PET의 성가가 제대로 나타났겠구나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도 83년 무렵 똑같은 아이디어를 논문으로 발표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PET의 급속한 보급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또 하나의 기폭제 역할을 한 방사성동위원소 이야기를 해보자. PET를 찍기 위해서는 방사선을 내뿜는 물질을 주사해야 한다. 내가 맨 처음 PET를 개발할 때는 N¹³ 암모니아라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직접 몸에 주사하고 심장 영상을 촬영했다. 방사성동위원소가 몸 속에 들어가 방사선을 내뿜는 것을 몸 밖의 핵 검출기가 잡아 영상으로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원리는 변하지 않지만 방사성동위원소와 이와 결합한 화학 물질이 얼마나 효용성이 높으냐가 중요하다.
미국 뉴욕에 있는 브룩해븐국립연구소가 80년 처음으로 암 환자 치료에 불소와 포도당을 결합시킨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했다. 암 세포가 정상세포에 비해 포도당을 엄청나게 많이 쓴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포도당과 비슷하게 만든 것이 불소방사성동위원소다. 이 동위원소를 암 환자에게 주사하면 암 세포가 이 동위원소를 포도당인 줄 알고 많이 먹고, 거기서 나오는 방사선이 PET 영상에 나타난다.
요즘 PET를 설치한 병원은 대부분 불소포도당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한다. 극히 초기의 암 진단에서부터 치료까지 전 과정을 PET-CT 사진으로 손금 보듯 하고 있다. 지금은 불소포도당방사성동위원소뿐 아니라 불소티아민방사성동위원소 등 많은 종류의 방사성동위원소가 개발돼 있다. PET를 다시 살린 일등 공신은 바로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기술 개발이다. 앞으로 어떤 응용기술이 더 개발돼 PET의 효용성을 높여줄지 기대된다.
조장희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가천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