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씨 발언 여운/“정치재개 분위기 잡기냐” 설왕설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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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언제까지 침묵할지…”에 주목… 민자선 “저의 의심”
김대중 아태재단 이사장이 21일간의 미국방문 출발 하루전인 지난 4일 『정치를 다시 한다 해도 민주당과 계파를 업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지방신문과의 인터뷰는 정가에 일파만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이사장의 이 발언은 민자당의 「DJ(김 이사장) 사주론」 발언파문이 한창인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제의 초점은 이 발언이 김 이사장 특유의 외곽을 때리는 수법에 의한 의도된 발언이냐,아니면 동교동계의 주장처럼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의미없는」 발언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DJ가 정계복귀를 위한 자락을 깔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30여년간의 정치생활 와중에서 누구보다 언론의 생리를 잘 아는 그가 반향의 강도를 짐작하지 못했을리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이 발언의 앞에는 『정치를 안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전제가 붙어있고,동교동계의 조직인 내외문제연구소에 대해서도 『한번도 간섭한 적이 없다』는 설명도 부연됐다.
그러나 『내외문제연구소에 과거 비서나 측근들이 많이 가입돼 인간적인 친분은 있지만 민주당원 모두를 좋아한다』는 내용이나 『나의(현 정권에 대한) 호의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여당측에선 이중인격이니 뭐니 하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언제까지 침묵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언제까지나 침묵하지는 않겠다는 얘기인 동시에 현 정권이 계속 자신을 비난한다면 참고있지만은 않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담고 있다.
그는 지난 대선직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이후 정계복귀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런 가정은 할 필요도 없다. 그런 얘기는 내게 묻지말라』고 일축해왔다. 아태재단측은 이번 인터뷰에 대해 『미묘한 현실정치 상황과 맞물려 왜곡 해석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파장은 적지 않을 것 같다.
민자당 의원들은 김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측과는 정반대로 해석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
민주계 한 의원은 『DJ가 정말로 정치불개입 의지를 굳게 갖고 있고,쓸데없는 오해를 받기 싫어한다면 정치재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을 일축했을텐데 굳이 장황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서 「만일 정치하더라도…」라고 하는 등 여운을 남긴 것은 의심받기에 충분하다』고 언급.
그는 『DJ의 이러한 어법은 과거 정치단절을 선언했다가 재개를 모색하면서 자연스런 등장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쓰이는 DJ 특유의 표현』이라고 부연.
또다른 민주계 의원도 『김씨가 최근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하순봉 전 대변인의 「DJ 사주론」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등 대범한 면모를 보였으나,동교동계가 경색정국을 푸는 조건으로 하 대변인 경질을 요구한 것으로 볼때 DJ가 정치에 큰 관심을 가진 나머지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고 주장.<김두우·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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