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스캔들(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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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여성편력이 가장 심했던 사람은 프랭클린 루스벨트였다. 대통령에 오르기 10년전부터 아내 엘리노의 비서였던 루시와 오랫동안 관계를 가졌던 그는 루시가 결혼하자 이번에는 미시라는 이름을 가진 자신의 비서와 사랑에 빠졌다. 이밖에도 뉴욕 포스트지의 발행인겸 편집인이었던 도로시와 노르웨이의 왕녀 마르타 등이 루스벨트와의 관게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32년 그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을 때 일부 언론들은 그를 플레이보이라고 비아냥대면서 그의 여성편력을 슬금슬금 문제삼았으나 구체적 사례까지 열거하지는 않았고,그는 손쉽게 당선됐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아내와 틈이 벌어져 있었는데다 무명의 주지사였음에도 훌륭한 대통령감이라는 점이 동정심을 자아내게 했던 모양이다.
아닌게 아니라 여성관계가 복잡했던 미국 대통령들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오히려 솜씨를 보인 예가 많았다. 흑인 정부를 두었던 토머스 제퍼슨이나 사생아를 가졌던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좋은 예고,혼외정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아이젠하워나 케네디도 마찬가지다.
클린턴 현 대통령도 선거전에 뛰어든 92년초부터 이런저런 섹스스캔들에 시달렸다. 주로 옐로 저널리즘의 집중 포화를 받았으나 주요 매체들은 오히려 클린턴 후보를 두둔했다. 제니퍼라는 카바레 가수가 12년동안 그와 관계를 가졌다고 더 스타지에 폭로했을 때도 주요 언론들은 그녀의 저력이 거짓투성이며 관계를 가졌다는 호텔도 당시에는 없었다는 등의 사실들을 밝혀내 더 스타지의 폭로를 뒤엎고 그를 당선케 하는데 기여했다. 힐러리와의 사이는 이상이 있었지만 손색없는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대통령직 수행능력에 관한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일는지 모르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또다시 그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으로부터 피소되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백악관측은 보수파의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고,사실인지 아닌지야 당사자들만이 알 일이지만 설혹 성편력과 대통령직 수행능력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해도 한나라의 대통령자리에 오를 정도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하자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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