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는 헤어스타일부터 남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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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층에 앉아 있는 남편보다 싱가포르, 런던에 있는 사람들과 여럿이 함께 메신저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일 때도 많아요. 이런 것을 버추얼팀(virtual team:실제로 만나지 않고 첨단 통신 수단으로 의사소통하며 함께 일하는 팀)이라고 하지요. 들어봤나요?"

안컨설팅 창업자 겸 대표 컨설턴트 안순훈은 생활 자체가 글로벌하다.

말하자면 지난주 홍콩 출장에서 돌아와 다음주 일본으로 출장을 가는 식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세계 각국에 있는 파트너들과 버추얼팀을 꾸려 인터넷 인스턴트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업무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과제를 협의하는 것이 매일 함께 사는 남편보다 더 익숙할 때도 있으니 "어찌 보면 무서운 일"이라며 그는 웃는다.

안씨는 12일 문화방송(MBC)이 주최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2007 세계여성포럼의 첫 강연자로 나섰다.

세계여성포럼은 이틀 일정의 개막을 하루 앞둔 이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경력 관리와 인재 양성'이라는 주제로 사전 워크숍을 열었다. 나이와 국경, 성별까지 초월해 약 400명이 참가한 이날 워크숍은 모두 통역 없이 영어로만 진행됐다.

안씨는 미국 워싱턴 소재 세계은행과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서 30년간 국제 인사 담당자로 일했다.

그는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4차 유엔 세계여성대회에도 주제발표자로 참석한 바 있다.

안씨가 생각하는 국제화(globalization) 시대는 말 그대로 국경 없는 지구촌 사회다.

그는 "직업 안정성이 사라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으며 국적의 구별은 희미해졌다"며 "국제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을 잘하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Good enough is not enough).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급변하는 환경과 새로운 생활양식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정보를 계속 탐색하고(googling) 끊임없이 읽고(keep reading) 시대감각을 유지해야 한다(stay current)고 조언했다.

그러나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단순히 문제가 있으면 해결한다는 도식화된 방식이 아니라 문제 자체를 재정의(redefine)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사실 안씨가 이날 공들여 설명한 글로벌 인재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특별히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것들이다. 물론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여전히 습득하기 어려운 것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새삼스럽게 눈길을 끈 것은 유머 감각과 헤어스타일이었다.

최초의 여성 미국 대통령을 꿈꾸는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은 헤어스타일을 매우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기 자신의 성품과 정체성, 사상 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신체 부위 중 하나가 머리모양이라는 주장이다.

클린턴 의원은 남편 빌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시절 머리모양을 여러번 바꾼 것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으며 지난 2002년 예일대 졸업식에서 머리모양의 중요성을 주제로 강의를 한 바 있다.

안씨는 유머 감각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늘 즐겁게 웃되 웃을 땐 입을 가려라"고 말해 즐거움이 삶의 원동력이라는 진리를 상기시켰다.

안씨는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한국의 여성 관리직 진출 현황을 간단한 수치로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세계 각국에서 관리직 여성 종사자의 비율이 1985년에 비해 2005년 얼마나 늘어났는지 비교해 보여주는 도표였다.

여기서 한국은 미국(35.6%→42.5%)이나 필리핀(21.9%→57.8%)보다도 한참 떨어지는 수준(3.7%→7.8%)이었다.

안씨가 한국측 수치를 가리키며 한마디로 '미저러블'(miserable, 비참하다는 뜻)한 상황이라고 일갈하자 좌중의 웃음이 쏟아졌다.

그는 "여러분이 이 상태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한 아무도 변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성들의 도전 의지를 독려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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