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표준기술연(NIST)/“산업정책 요람” 새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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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클린턴 “집중 육성” 대선공약 이행/향후 5년간 6천억원 지원키로/국가경쟁력 주도할 「막강한 조직」 부상
역대 미국정권아래 홀대받던 국가표준기술연구소(NIST)가 빌 클린턴 행정부 출범이후 국가산업정책과 기술개발의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다. 상무부는 최근 NIST가 추진해온 내년도 주요 첨단기술 5개 사업을 확정·발표한뒤 향후 5년동안 7억4천5백만달러(약 6천억원)를 지원키로 했다.
5백50여건의 사업계획 가운데 NIST가 제안한 중점사업을 바탕으로 상무부가 지원키로 한 분야는 ▲의료산업 정보통신기술 ▲유전자 치료 및 분석기술 ▲자동차·건설용 복합재료 ▲다목적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자산업의 생산성·다양성을 향상키 위한 정보기술 등의 첨단기술 개발사업이다.
「경제 최우선」을 주장해온 클린턴 대통령은 대선운동 때부터 NIST의 위상제고를 약속했다. 미국상품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산업기술 개발과 효율적 산업정책을 추진할 강력한 조직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의 낙점을 받은 NIST의 95년 예산(94년 10월∼95년 9월)은 전년보다 80% 늘어난 9억3천5백만달러(약 7천5백억원)로 책정됐으며 96년 예산은 14억달러(약 1조1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편 클린턴 행정부는 지금까지 NIST 소장직에 연구소 내부인사가 임명돼온 관례를 깨고 국방부 선임연구원으로 있던 아티 프라바카르(35·여)를 전격 기용했다. 인사쇄신 차원에서 발탁된 프라바카르 소장은 자신보다 최소 10년 연장의 고참참모들을 진두지휘하면서 조직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02년 창설된 이래 NIST는 표준규격에 관한 연구 등 비교적 「한가한 업무를 맡는 지원부서였으나 하루 아침에 산업기술계의 선두로 나서게 된 것이다.
NIST는 또 중소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제공을 해오던 지역제조업체 지원센터를 현재 7개소에서 53곳으로 늘린뒤 조만간 1백개로 확대시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일부 NIST 관계자들은 최근의 변화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NIST가 워싱턴의 눈치를 살피는 등 지나치게 정치화돼가고 사업선정이라는 막강한 칼자루를 휘두르면서 특혜시비가 일어나는 등 전에 없던 불미스런 스캔들에 휘말려간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폭스 고트 연구원은 『NIST가 영향력있는 기관으로 성장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며 정치화는 보다 많은 권력을 쥐게 되는 대가일뿐』이라며 이같은 비판을 일축했다.
공사용 로봇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제임스 앨버스 선임연구원도 이에 동의하는 입장. 앨버스 연구원은 과거 로봇개발비를 타내기 위해 『이 로봇을 전선에 투입하면 군사기지 건설에 사용할 수 있다』며 국방부를 설득,겨우 개발사업을 유지해왔다고 회상했다. NIST의 예산확충으로 더이상 국방부에 매달릴 필요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그는 『덕분에 국가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이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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