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민 “왜 우리가 피해보나”/중매인 도매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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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산지서 농수산물 못팔아 걱정
도매시장 중매인들의 중매거부 및 도매중단으로 서울시내 소매시장의 농수산물가격이 폭등하고,산지에서는 폭락하는가 하면 오이를 팔지못한 농민이 오이상자에 불을 지르는 등 전국의 농수산물 유통질서가 대혼란을 빚고 있다.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업무중단 사태의 여파로 4일 서울시내 소매시장에서는 양파·고추 등 야채가격이 20% 이상 폭등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삼선시장의 경우 3일 1단에 6백원에 거래되던 대파값이 4일 오전 1천원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됐으며 평소 3천5백원에 거래되던 양배추 3개 묶음이 4천원으로 올랐다.
특히 무는 전날보다 50% 이상 오른 개당 1천2백원에 거래되는 급등세를 보였다.
용문시장에서는 개당 5백원하던 무값이 1천원으로 1백%,배추 2통값이 2천원에서 3천원으로 50% 뛰는 등 가격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평소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야채를 반입해오던 삼선시장의 일부 야채상들은 이날 공급선을 중간도매상이 몰려있는 인근 청량리시장으로 돌리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
삼선시장의 야채상 김재철씨(42)는 『가락동 농산물 파동은 중매인들의 집단이기주의에서 나온 것』이라며 『공급물량 중단현상이 계속될 경우 농산물의 품귀와 가격폭등이 빚어질 것』이라고 전망.
김씨는 『또 농산물 파동이 장기화될 경우 특히 버섯·갓·시금치 등 쉽게 상하는 농산물들이 산지에서 썩어버릴 수 있어 해당 품목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표재용기자>
○…4일 오전 6시20분쯤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경매야적장에서 전명석씨(35·농업·충남 부여군 양화면 암수리)가 자신의 오이상자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오이 30상자를 태웠다.
불은 오이를 모두 태워 60만원의 재산피해를 낸뒤 20여분만에 진화됐다.
전씨는 『새벽에 부여에서 2.5t트럭에 오이 1백70상자를 싣고 대전까지 왔는데 중매인들이 경매하지 않아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대전=최준호기자>
○…한편 지방에서는 서울로 출하를 못함에 따라 농수산물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을 빚고 있다.
대구 북구 농산물도매시장의 경우 4일 농산물의 경매가격이 턱없이 낮아 경매가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다.
오이의 경우 20㎏들이 한상자에 평소 1만3천∼2만원에 시세가 형성됐으나 4일 새벽 경매에서는 5천∼6천원이 제시돼 경매가 중단됐다.
또 성주와 달성등지에서 들이오는 고추도 20㎏들이 한상자에 5만원선을 유지해왔으나 이날 도매시장 경매에서는 7천∼8천원이라는 가격이 나와 경매가 중단된 상태.
이 때문에 일부 농민들은 싣고온 농산물을 다시 갖고 되돌아가는가 하면 도매시장과 중매상인들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수협영덕강구공판장에는 4일 명태 5백상자가 들어와 6마리들이 한상자가 평소 1만3천5백원의 절반정도인 7천원으로 거래됐다.
수협울진후포공판장에서는 이면수 14마리들이 1천4백상자가 평소 상자당 1만1천원보다 1천9백원 떨어진 9천1백원에 거래돼 어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대구=김기찬기자>
○…농수산물도매시장 중매인들의 도매행위 중단으로 애꿎은 어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강원도 명주군 주문진항 소속 35척의 명태잡이 어선들은 올들어 지난달까지 매일 2천∼2천5백상자(한상자 10마리)의 연안명태를 잡아 이 가운데 90%가량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과 노량진 수산시장에 공급해 왔으나 도매시장 중매인들이 도매행위 중단 움직임을 보이자 가격하락을 우려,지난 2일부터 아예 일손을 놓고 있다.<강릉=홍창업기자>
○…강원도내에는 현재 춘천 원주지역에서 오이·호박·토마토·느타리버섯 등이 출하되고 있으나 3일 오후부터 상장이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서울의 매장에 그대로 물건을 쌓아두고 있는 실정.
춘천군 신북농협은 3일 오이 2천5백상자,토마토 5백상자를 출하했으나 상장이 이뤄지지 않자 그동안 거래해왔던 청과상회매장에 그대로 쌓아두었으며 토마토 5백상자는 긴급조치로 수원의 농협공판장에 출하했다.
춘천군 서면농협 역시 3일 오이 1백30상자를 출하했으나 역시 청과물 매장에 쌓아두었으며 춘천농협도 오이와 호박 8백상자를 출하했다가 청과물상회 매장에 쌓아둔 상태.
춘천지역에는 이들 농산물의 가공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온저장고도 신북농협에만 1백평 규모가 있을 뿐이어서 이 사태가 이틀만 더 지속돼도 생산되는 농산물을 폐기 처분해야 할 입장이다.
원주지역도 하루 6백상자의 느타리버섯을 출하하고 있으나 상장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처리방법이 전혀없어 폐기처분이 불가피하다.<춘천=이찬호기자>
○…대전 농수산물도매내 3개 법인 소속 중매인 3백81명이 4일 오전 2시부터 시작된 경매를 유찰시키자 농수산물의 도매가격은 20∼30% 하락했으나 백화점과 슈퍼 등의 소매가격은 오히려 30% 이상 크게 오르는 등 파행적인 가격불안이 계속되고 있다.<대전=최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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