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려다 추방된 샤리프 … 총선 최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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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쿠데타로 실각한 나와즈 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10일 수도 이슬라마바드 서부의 아토크에서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아토크 AFP=연합뉴스]

파키스탄 민주화가 기로에 섰다. 1999년 군사 쿠데타로 실각했던 나와즈 샤리프(57) 전 총리가 7년간의 해외 망명생활을 접고 10일 귀국을 시도했지만 군사정부가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야당과 민주화 세력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정권에 대한 민주화 투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무샤라프 정부는 오히려 민주인사를 대대적으로 검거하고 있어 파키스탄 정정이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공항에서 추방된 샤리프 전 총리=샤리프 전 총리는 이날 오전 8시45분(현지시간) 망명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런던을 경유해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 측은 부패 혐의 등을 이유로 그의 입국을 불허했다. 이에 따라 샤리프 전 총리는 입국 4시간여 만인 오후 1시쯤 특별기 편으로 망명지인 사우디아라비아로 되돌아갔다.

그는 공항 도착 후 비행기에서 내리려고 했으나 경찰이 기내까지 들어와 그에게 여권 제시를 요구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샤리프 전 총리는 "직접 이민국 카운터로 가 입국 절차를 밟겠다"며 여권 제시를 거부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이날 AFP에 "당국이 그를 부패 혐의로 체포하기 위해 영장까지 소지하고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샤리프 전 총리는 귀국 후 이슬라마바드에서 민주화 시위를 하고 이어 향후 3일 동안 고향인 펀자브 지역까지 가며 민주화 가두시위를 벌일 예정이었다.

그는 귀국 하루 전인 9일 파키스탄 지오(Geo)TV와의 인터뷰에서 "귀국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 군부독재 종식과 민주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내가 감옥에 가는 한이 있어도 조국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삼엄한 공항 통제=이날 경찰은 출국자를 제외한 일반인의 이슬라마바드 공항 출입은 물론 무선통신까지 통제했다. 이 때문에 그의 귀국을 환영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던 파키스탄 무슬림연합(PML) 당원들과 지지자 등 4000여 명은 공항 부근에서 모두 경찰에 연행됐다. PML의 펀자브 지역 지구당 줄피카 알리 칸 코사 위원장은 "국민들이 독재정권을 얼마나 증오하고 민주화를 얼마나 열망하는지 행동으로 보이겠다"고 말했다.

◆민주화 핵심인물로 부상할 듯=샤리프 전 총리는 입국을 거부당했지만 앞으로 해외에서 파키스탄 민주화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파키스탄의 핵심 민주인사는 부토 전 총리였다. 그러나 그는 이달 초 군사정권과 권력 분점에 대한 개괄적인 합의를 봤다.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국회에서의 대통령선거에서 무샤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부토가 총리를 맡는다는 게 기본 골격이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 야권과 민주인사들은 샤리프를 중심으로 한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샤리프의 측근인 사디크 울 파루크는 이날 "정부의 추방 조치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며 샤리프의 귀국을 허용한 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샤리프가 이끄는 PML도 이날 "샤리프의 입국 거부 조치는 군사독재 정부가 민주주의를 거부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앞으로 국내외 민주화 세력과 연합해 지속적인 민주화 운동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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