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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보냐 보수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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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군의 이라크 철군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며,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안정시킨다면 부시는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사회보장과 건강보험 등 국내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한다면 공화당 후보들의 대선 경쟁력은 커질 것이다. 2004년 대선 때 알카에다의 테러가 부시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음을 떠올려 보라.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의 최우선 과제가 되자 모든 정치인이 반(反)테러의 기치를 높여야 했다. 부시는 이 부분에 여전히 이점이 있다.

어느 당이 이길지 점치기 전에 미국인의 3분의 1은 보수주의자, 5분의 1은 자유주의자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공화당원들은 보수적이고 전략적인 성향이 있다. 가족과 국가 안보, 자유무역 등 전통적 가치를 더 옹호한다. 반면 민주당원들은 인권을 중시하며, 도덕적인 국제 무역이나 상거래를 선호한다. 낙태와 총기 규제 등에서도 두 당의 시각차는 크다.

  그러나 이를 뛰어넘어 두 당은 근본적 관점을 공유한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강조하고, 자유와 해방이라는 가치만큼 시장 경제와 개인의 권리를 마음속 깊이 신봉한다. 이런 점에서 그들은 미국식 민주주의를 확산하려는 이상주의자들이다. 종종 어느 당의 접근 방식이 더 효과적이냐를 놓고 이견이 있지만, 미국의 보편적 사명은 함께 받아들인다.

  접근 방식이 독선적이냐 협력적이냐에 관계없이 최근 역사는 공화당원과 민주당원 모두가 전쟁을 주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빌 클린턴은 가장 호전적이라는 인상을 남겼고, 부시는 이라크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불법적인 전쟁을 시작했다.

  1980년 이후 공화당은 일곱 차례의 대선에서 다섯 번을 이겼다. 공화당의 보수주의를 우파로 본다면, 미국인들은 냉전 시기나 그 뒤 우파 인사들에게 호감을 느껴 왔다. 그럼에도, 부시가 공화당의 이점을 약화시켰기 때문에 다음 대선은 좌측으로 기울어 차기 백악관 주인은 민주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에서 민주당원의 좌파 성향이나 공화당원의 우파 성향을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다. 현 부시 대통령과 접근법이 180도 다른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도 공화당 출신임을 생각해 보라. 아버지 부시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은 뒤 유엔 주도로 전쟁을 이끌었으며, 이라크를 쿠웨이트에서 몰아내자 곧바로 전쟁을 끝냈다. 반면 12년 뒤 그의 아들은 무모하게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다.

  클린턴은 세계 곳곳에서 여러 차례 전쟁을 일으켜 신간섭주의자로 불렸다. 민주당 유력 후보인 버락 오바마는 “파키스탄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을 수색하는 데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미국이 직접 군대를 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과 경쟁하는 데 부시의 반테러 수사학이 도움이 된다고 여겼을 것이다.

  중국은 미 대선을 더욱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중국은 힘의 균형이라는 미국의 전략에 익숙해져 있다. 옛소련이든 현재의 알 카에다든 큰 위협이 있는 상태에서 미국이 중국을 잠재적 경쟁자로 여겨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 왔다.

  그러나 클린턴은 중국에 압력을 넣기 위해 대만해협에 전투기들을 파견했다. 부시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 민간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은 진보적 또는 보수적 대통령 선출에 상관없이 미국이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선딩리 중국 푸단대 중국학연구소장

정리=정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