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도.미국 창작무대 국제화추세 문학작품까지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튀빙겐 가는 길』『배낭여행』, 그리고 『인도로 간 또또』.
최근 출간된 시.소설.동화집 제목들이다.이 제목들에서도 드러나듯 한국 문학 창작의 공간무대가 전 장르에 걸쳐 급속히 국제화돼 가고 있다.이들 작품의 내용 또한 이국적 정서 .풍물의 나열에 그치는 기행문학 수준을 넘어 세계 자체를 주제의 수준으로격상시키고 있다.말하자면 문학국제화의 내면화가 이루어지고 있는것이다. 『매의 날개는 헌 헝겊 같은 것./그 헝겊날개를 양 어깨에 달고/먼 東洋에서/날아온 너는 12월의 밤을 잠 못이루다 문득/호텔문을 밀치고 나와/넥카 강변을 거닐며/시시한 맥주보다/소주를 그리워하며/두명의 횔덜린을 생각한다.』 조정권씨의금년도 현대문학상 수상시집인 『튀빙겐 가는 길』(현대문학사)에실린 표제시 일부분.천재시인 횔덜린의 유적을 찾아 독일 튀빙겐지방을 찾은 시인은 생전 인정도 못받고 불우했던 횔덜린과 사후대시인으로 영원한 명성을 얻은 횔 덜린,그 두 횔덜린을 생각한다.그 「두 횔덜린」의 대비 위에 자신의 시세계를 올려 놓으며새로운 시적 좌표를 모색하고 있는게 『튀빙겐 가는 길』이다.
올 三星文藝賞 수상작인 정혜진씨의 장편소설 『배낭여행』(민음사)은 유럽 배낭여행을 통해 무감각으로 흘려보냈던 자신의 일상을 새롭게 반성해보는 젊은 여교사를 그리고 있다.소설은 결혼을앞두고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여선생이 유럽 각국 의 문물과 이색적 문화에 자신의 지나온 삶과 가치관을 대비하며 결국 자신의것,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것들이 소중하다는 주체적 가치관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인도여행에서 돌아온 작가 강석경씨가 최근 펴낸 장편동화 『인도로 간 또또』(한양출판사)는 아파트에만 갇혀 살던 어린꼬마 또또가 어머니를 따라 인도로 가 그곳 풍물을 보고 건강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지난달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최인훈씨의 장편소설 『화두』도 작품 대부분이 이른바 「현대자본주의의 본부」라는 미국에 머무르며 바라본 한국의 현대사에 바쳐지고 있다.또 中央日報 신춘문예 당선소설인 신상태씨의 『떠있는■섬』이나 김 승희씨의 동아일보 당선작 『산타페로 가는 사람들』등 최근들어 문단 데뷔 작품들에서도 국제화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이 국제화 바람을 문학평론가 김윤식씨는 『세계화로 치닫는 사회의 추세가 작품에 반영된 필연적 현상』으로 보았다.金씨는 그러나『이런 때일수록 세계성에만 함몰되지 말고 세계적 감각의 지평에 주체적 감각을 세우는 지적.감각적균형이 요구 된다』고 밝혔다. 〈李京哲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