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빙겐 가는 길』『배낭여행』, 그리고 『인도로 간 또또』.
최근 출간된 시.소설.동화집 제목들이다.이 제목들에서도 드러나듯 한국 문학 창작의 공간무대가 전 장르에 걸쳐 급속히 국제화돼 가고 있다.이들 작품의 내용 또한 이국적 정서 .풍물의 나열에 그치는 기행문학 수준을 넘어 세계 자체를 주제의 수준으로격상시키고 있다.말하자면 문학국제화의 내면화가 이루어지고 있는것이다. 『매의 날개는 헌 헝겊 같은 것./그 헝겊날개를 양 어깨에 달고/먼 東洋에서/날아온 너는 12월의 밤을 잠 못이루다 문득/호텔문을 밀치고 나와/넥카 강변을 거닐며/시시한 맥주보다/소주를 그리워하며/두명의 횔덜린을 생각한다.』 조정권씨의금년도 현대문학상 수상시집인 『튀빙겐 가는 길』(현대문학사)에실린 표제시 일부분.천재시인 횔덜린의 유적을 찾아 독일 튀빙겐지방을 찾은 시인은 생전 인정도 못받고 불우했던 횔덜린과 사후대시인으로 영원한 명성을 얻은 횔 덜린,그 두 횔덜린을 생각한다.그 「두 횔덜린」의 대비 위에 자신의 시세계를 올려 놓으며새로운 시적 좌표를 모색하고 있는게 『튀빙겐 가는 길』이다.
올 三星文藝賞 수상작인 정혜진씨의 장편소설 『배낭여행』(민음사)은 유럽 배낭여행을 통해 무감각으로 흘려보냈던 자신의 일상을 새롭게 반성해보는 젊은 여교사를 그리고 있다.소설은 결혼을앞두고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여선생이 유럽 각국 의 문물과 이색적 문화에 자신의 지나온 삶과 가치관을 대비하며 결국 자신의것,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것들이 소중하다는 주체적 가치관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인도여행에서 돌아온 작가 강석경씨가 최근 펴낸 장편동화 『인도로 간 또또』(한양출판사)는 아파트에만 갇혀 살던 어린꼬마 또또가 어머니를 따라 인도로 가 그곳 풍물을 보고 건강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지난달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최인훈씨의 장편소설 『화두』도 작품 대부분이 이른바 「현대자본주의의 본부」라는 미국에 머무르며 바라본 한국의 현대사에 바쳐지고 있다.또 中央日報 신춘문예 당선소설인 신상태씨의 『떠있는■섬』이나 김 승희씨의 동아일보 당선작 『산타페로 가는 사람들』등 최근들어 문단 데뷔 작품들에서도 국제화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이 국제화 바람을 문학평론가 김윤식씨는 『세계화로 치닫는 사회의 추세가 작품에 반영된 필연적 현상』으로 보았다.金씨는 그러나『이런 때일수록 세계성에만 함몰되지 말고 세계적 감각의 지평에 주체적 감각을 세우는 지적.감각적균형이 요구 된다』고 밝혔다. 〈李京哲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