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기적 설계사' 평양에 간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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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경제개발장관을 맡고 있는 알리 라시드 알라바르(왼쪽에서 셋째)가 5일 평양을 방문해 공사가 중단된 105층의 류경호텔을 둘러보고 있다. 이종혁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왼쪽에서 둘째)이 그를 안내했다. [평화자동차 그룹 제공=연합뉴스]

두바이 경제개발의 '설계사'로 통하는 알리 라시드 알라바르(51) 두바이 경제개발장관이 5일 평양을 방문한 사실이 9일 알려지면서 그의 방북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라바르 장관은 두바이 지도자로 창의적 개발신화의 주인공인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의 심복으로 각종 부동산 개발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두바이의 대표적 건설 프로젝트인 초대형 인공섬 '팜 아일랜드', 7성급 호텔 '부르즈 알아랍', 800m 높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두바이'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 부동산개발업체 '에마르 프로퍼티스'의 회장이기도 한 알라바르는 5일 평양을 방문, 낮 12시부터 약 여섯 시간 동안 머물렀다. 6~8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열린 하계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으로 가는 길에 짬을 내 찾은 것이다.

알라바르 장관은 14인승 자가용 제트비행기 '글로벌 익스프레스 XRS'를 타고 이날 새벽 인천공항으로 왔다가 오전 11시 김포공항을 떠나 남북 직항로를 이용, 평양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날 오후 6시 평양을 떠나 다롄으로 출발했다.

그는 평양에서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의 안내로 세계평화센터와 고려호텔, 현재 공사가 중단된 105층 류경호텔, 주체사상탑, 김일성광장 등을 둘러봤다. 김일성광장 방문은 "어마어마한 군사퍼레이드를 비디오로 본 적이 있는데 그 현장을 직접 보고 싶다"고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업비 조달 차질로 1992년 이후 공사가 중단된 류경호텔을 유심히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류경호텔은 87년 북한이 프랑스와 합작으로 착공했으나, 공사대금 체납과 계약 불이행 등을 이유로 프랑스 기술진이 철수해 공사가 중단됐다. 현재 330m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만 남아 있다. 북한은 완공에 필요한 3억 달러(약 2800억원) 상당의 외국 투자를 유치하려고 애써 왔다.

이 때문에 이번 방북이 류경호텔 투자를 위한 사전답사 차원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는 방북에 앞서 "현재로선 (북한에 대한) 특별한 투자계획이 없다. 그쪽 사람들이 보여주는 것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방북을 주선했던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관계에 변화 조짐이 생기면서 유럽.일본.중동 등에서 북한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에서 알라바르 장관의 방북은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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