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리경질 각계 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李會昌국무총리의 전격경질은 정치권과 관가는 물론 국민들에게도충격과 궁금증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주말의 사건」이었다.
시민들은 李총리의 돌연한 퇴장이 해임인지 사퇴인지 경위와 배경등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소신총리였는데…』하는 아쉬움과 함께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자기목소리를 내려해 통치권자에게 부담을 안겨준 것이 흠이 됐다』는 조심스런 지적이 있었고정부 개혁의지의 후퇴에 대한 우려도 뒤따랐다.
◇시민반응=22일 저녁 총리비서실엔 전국 각지로부터 李총리 사임의 진위와 배경을 묻는 전화가 줄을 이었다.그중에는「아쉬움」을 표시하는 전화도 많았다.서울 종로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한 시민은『金泳三대통령이 취임후 가장 잘 한 일 은 李會昌씨를감사원장으로 발탁,개혁정치를 추진하고 이어서 그를 총리에 임명한 일이었다』면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했다.
○…朴世郁교수(서울대 정치학)는『비록 대통령과 갈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내부조정을 통한 해결방식을 놔두고 전격적으로 경질한 조치는 한마디로 충격』이라면서『과거처럼 국무총리를「바지저고리」로 보지 않는 다음에야 이처럼 전격적인 경질이 있을 수 있는가』고 되물었다.朴교수는『대통령중심제하에서 역할의 한계는 있지만 국무총리가 국정을 총괄토록 헌법에 규정돼 있는 만큼 자기입지를 찾기 위해 李총리가 보인 노력은 과거정권과 다른 면모로인식돼왔다』고 말했다.
金成在씨(28.회사원)는『개혁의지가 강하고 국민적 신망이 비교적 크던 李총리가 국책 결정과정에서 장관이나 대통령과 갈등을빚어 소신을 못펴고 도중하차한 일은 무척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관가표정=내무부는 李총리의 돌연한 사퇴에 의아해하면서도 일부에서는『李총리가 재임중 내각 전체의 조화보다는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너무 치중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반기는 색다른 반응을 보여 대조.한 간부는『대통령제하의 총리란 어 차피 얼굴마담으로 총알받이 역할밖에 할 수 없는데도 지나치게 자기 목소리를 내려해 결과적으로 통치권자에 부담이 되고 내각전체에 마이너스 요인이 없지 않았다』고 지적.
○…노동부 관리들은 李총리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전격적인 사퇴배경을 궁금해 하며 아쉬움을 표시하는등 착잡한 분위기.
한 간부는『총리가 개혁정국에서 자신이 세운 기준과 원칙을 지키느라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실제로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많은 좌절을 겪은 것같다』며『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노총대의원대회에 직접 참석하는등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던 분으 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법원주변에서는 『30년 넘게 상식에 기초한 법조인 생활을해오다 정부쪽으로 갔다 결국 좌초함으로써 법조인의 한계가 다시한번 확인된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대체로 李총리의 퇴진을 아쉬워하는 분위기.
검찰에서는 퇴진 배경과 관련,현재 검찰에서 수사중인 상무대 수사도 한몫을 한 것 아니냐고 추측하면서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이는 李총리가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하며 즉각적인 수사를 지시했었으나 검찰이 당일 『수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 한때 미묘한 기류가 있었기 때문.
◇총리실 주변=23일 오전 9시정각 9층 집무실로 나온 李총리는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916호 대회의실에 모인 총리실 간부들에게『그동안 내가 편안한 분위기보다는 다그치는 분위기를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총리실 간부들이 열심히 뛰어준 데 감사하다』고 인사.
○…李총리는 이에 앞서 22일 사표를 낸지 2시간만인 오후7시쯤 친구 환갑축하연이 열린 프라자호텔 2184호 청실에 부인韓仁玉여사(56)와 함께 참석.
李총리는 이날 호텔을 나서다 기자들이『경질입니까.사퇴입니까』고 묻자『신문에 어떻게 났나요』라고 되묻고는『경질이란 이야기도있고…』라고 기자들이 대답하자『그러면 그렇게 하시지요.(잠시 침묵)…워낙 언론을 잘아는 사람들이 돼놔서…』라 는 알듯모르는듯 한 답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