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컨설팅 회사로 불러주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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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들이 종전의 예금.대출업무에서 벗어나 경영 컨설팅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우리은행이 2001년 처음 컨설팅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산업.기업.하나은행이 전문인력을 영입해 컨설팅 업무에 나섰다. 지난해 국내 경영 컨설팅 시장은 경기침체의 여파로 전년보다 30%가량 줄어든 1조5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올해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이 시장이 2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리은행 기업영업 전략팀의 김범석 차장은 지난해 말 영업점으로부터 중견기업인 A사가 경영 컨설팅을 받으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5~6명으로 구성된 수주 대책팀을 꾸렸다. A기업에 대한 예비분석을 한 뒤 곧바로 컨설팅 여부를 타진했다. 이 은행은 현재 5억원짜리 A사 컨설팅을 두고 외국계 컨설팅업체와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다.

金차장은 "주거래 은행이 컨설팅에 나선다니 처음에는 기업 쪽에서 머뭇거렸지만 예비진단 결과를 보여주자 흔쾌히 수주에 참여할 자격을 줬다"고 말했다.

?"이젠 컨설팅 회사로 불러주오"=2001년 8월 외국계 컨설팅 회사와 제휴해 기업 컨설팅 사업에 뛰어든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단독으로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은행은 이미 5개 업체와 계약을 마치고 10개 업체와 컨설팅 여부를 협의 중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2월 박사급 인력 3~4명과 경영학석사(MBA) 등 21명으로 구성된 컨설팅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기업은행도 지난해 2월 ▶경영 컨설팅 ▶금융 컨설팅 ▶중국 투자기업체에 대한 정보제공 등을 주업무로 하는 컨설팅센터를 만들었다. 지난해 담당직원 24명이 벌인 컨설팅 실적은 11건이지만 올해는 15건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11월 전문 컨설팅 업체와 제휴해 경영학 박사.MBA 등으로 구성된 경영 컨설팅팀을 신설했다. 하나은행은 전문 컨설팅 업체의 컨설턴트 4명을 은행에 상주시키며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을 해주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의 기업 인수.합병(M&A)을 주선하는 '기업 복덕방'역할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은행들의 전문인력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전문업체로부터 과장급 한명을 스카우트한 데 이어 올해도 2~3명을 추가로 영입하기로 했다. 하나.산업.기업은행 등도 상반기 중 외부 인력 충원에 나설 계획이다.

?왜 진출하나=은행이 컨설팅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는 것은 수수료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데다 다른 업무와의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거래 기업의 재무상황을 훤히 알고 있는 은행이 마케팅.인사관리 등 경영 일반에 대한 컨설팅까지 해줄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여기다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 간 차이) 중심의 틀에 박힌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입원을 찾는 은행 입장에서 컨설팅은 입맛이 당기는 사업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경우 2002년 건당 평균 1천만원에 불과했던 컨설팅 수수료가 2003년에는 3천만원, 올해는 5천만~6천만원으로 늘어나고 있어 제법 짭짤한 돈벌이가 되고 있다. 은행들은 현재 10억원 안팎의 컨설팅 수입이 몇년 후에는 수백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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