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서 혼수용품까지 전화 한통화면 척척 宅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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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결혼을 앞둔 金漢淑씨(25.서울 서초구 반포동)는 며칠전 혼수용 가구와 가전제품 일체를 집에서 가만히 앉아 전화 한 통화로 해결했다.
다리 아프게 돌아 다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한 회사 제품을 한 대리점에서 몽땅 산것도 아니었다.컬러TV는 삼성전자,냉장고는 금성사,세탁기는 대우전자 등 여러 회사 제품을 구미에 맞게골고루 샀다.
『친구 소개로 구매대행업체를 이용했습니다.원하는 물건을 대니까 회사별 모델별로 미리 조사해둔 가격을 제시하더군요.그리 비싸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편리해서 좋았습니다.』 서울 개포동 주공아파트에 사는 주부 李英順씨(48)는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의 도시락 반찬을 반찬전문 배달업체에서 매일 오전 5시에 배달받는다.李씨는 처음에 아들한테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는 늦잠때문에 도시락을 챙기지 못해 낭패 보는 일이 없어졌고 아침마다 반찬 메뉴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져 좋다고 한다.
안방까지 제품과 서비스를 배달해주는 각종 宅配業이 이처럼 성행하고 있다.
이삿짐이나 소화물을 운송하는 화물 택배업이 등장한지는 이미 오래됐지만 요즘에는 신혼살림 장만에서부터 주부들의 장을 대신 봐주는데 이르기까지 이색 택배서비스업체가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듯이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편리한 것을 찾는 젊은 세대가 생겨나면서 이같은 택배업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전화 한 통화만 하면 꽃과 케이크를 가정이나 사무실까지 배달해주는 업체는 SFD社.유어버스데이社 등10여개 업체가 성업중이다.원하는 물건을 대신 사다가 집에까지배달해주는 구매대행업체도 등장해 지난 92년6 월 설립된 강우정보서비스社는 현재 서울에서만 2천8백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전국 4백개 각종 대리점의 가격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해 놓고 가장 싼 대리점가격과 평균가격의 차액중 30%를 수수료로 받는데 요즘 신세대 신혼부부들의 이용률이 부쩍 늘고 있다.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말부터 5개 카드업체와 제휴해 國內線 항공권을 집에까지 배달해주는 항공권 예약배달시스템을 운용하기 시작했다.이같은 택배업은 최근 컴퓨터 보급이 늘면서 하이텔.천리안 등 PC 통신망을 통해 오디오 기기.소프트웨어.수산물.책.건강식품등으로까지 품목을 넓혀가 고 있다.
유통전문가들은『소비가 변하면 기업들이 변해야 하듯이 이제 앉아서 장사하던 시대는 지났다』며『시간을 쪼개쓰는 젊은 소비자들이 안방서비스 시대를 앞당기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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