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지식 무장 아이디어 창출 정치권 앨 고어 배우기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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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정치권.행정부에「앨 고어(美國 부통령)바람」이 불고 있다. 행정부의 李會昌총리,李時潤감사원장에서부터 정치권의 李基澤民主黨대표,李世基 民自黨정책위의장,金相賢 民主黨고문등 유력자들이 고어 부통령을 배우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군사문제를 비롯해 재정.정보.환경분야에 대해 전문지식으로 무장,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를 우리 정치인들이 모델로 삼고있는 것이다.
사무실에 고어 부통령의 저서.논문등을 비치해 숙독하는가 하면일부 정치인들은 그와의 면담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美부통령은「스페어 타이어」란 별명이 있듯이 「高연봉을 받는 실업자」쯤으로 치부하곤 했는데 고어 부통령의 경우는 예외적으로차기 미국의 대권장악 가능성과 좋은 아이디어개발등 활발한 활동으로 미국에서도 인기가 있는 점이 우리 정치인의 관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李會昌국무총리는 고어가 주도하는 美國의 초고속정보화(Information Super Highway)계획을 감명깊게 읽고 그동안 체신부를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개발투자 위주의 흐름을 바꿔 汎정부적이고 종 합적인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을 서두르도록 했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14일 李총리가 위원장인「초고속 통신망 추진위」를 구성한 것이다.
李時潤감사원장은 요즘 정부예산의 구조적 낭비요인을 제거하는데역점을 두고 있다.李원장이 지금 가장 애독하는 것은 고어 주도로 발표된「행정의 질과 효율은 높고 비용은 적은 정부 창출」(Creating A Government That Works Better & Costs Less)이라는 보고서다.「정부가 관료주의적 속성을 완전히 버리고 기업의 고객 우선 경영철학과 경쟁력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 보고서에 대해 李원장은『배울게 너무 많다』고 말한다.
정치권에서의「고어 바람」도 대단하다.우선 民主黨의 李基澤대표와 金相賢고문도 고어 팬이다.
李대표는『고어 부통령이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하다』고 곧잘 치켜세우는데,이번에도 굳이 美國방문을 고집하는 것은 20일 그와면담계획을 잡아두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金고문도 5월께 고어를 만나기 위한 訪美를 계획하고 있다.
金고문측에서는 李대표의 고어 면담방침에 자극받은듯『사실 金고문이 지난 겨울 고어측으로부터 초청받아 만날계획이 잡혔으나 폭설로 인한 연락장애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民主黨의 李富榮최고위원과 諸廷坵의원등은 연초에 일정을 정하지도 않은채『고어를 만난다』고 먼저 발표해놓고 訪美했으나 결국 실패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모두 다 고어의 인기를 의식한 행동이었다.
民自黨의 李世基정책위의장도 최근 고어를 극찬하고 있다.『그린라운드(GR)에 대비하려면 우선 고어의「균형잡힌 지구」라는 책을 읽어보아야 한다』고도 말한다.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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