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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UR협상 타결이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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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루과이 라운드는 우리에게 무엇인가.「UR」하면 바로 연상되는 용어는 대부분 부정적이다.「쌀개방」「개방압력」「피해」「태풍」「데모」「무한경쟁」「우르르 쾅쾅」등 섬뜩한 단어들로 가득차 있다. 흔히 UR를 태풍으로 뭉뚱그려 비유하면서 피해의식에 사로잡히지만 태풍이 없는 지역에는 강수량과 어족자원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오히려 UR는 경제적인 이해득실을 벗어난 훨씬 높은 차원의 변화요,지구촌의 지각변동조짐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UR협상 타결의 참 의미는 첫째,1백25개 국가의 개별시장을하나의 단일시장으로 통합 내지 開場한 것이다.통신과 교통의 눈부신 혁명에 의해 지구촌이 일일 생활권으로 바뀌면서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협상이 타결된 지 난해 12월15일은 지구촌 단일시장의 開場日인 셈이다.
선진국은 6년 이내에,개도국은 10년 이내에 세계시장의 단일화에 동참토록 되어 있다.세계시장이 국경없이 하나로 열리면 높은 교육열과 남다른 근면성을 지닌 우리 민족이 다른 국민들보다앞서게 되어 있다.이때 우리는 토지와 노동을 많 이 이용하는 상품보다 자본과 기술을 집중 활용하는 상품 생산으로 나아가야 산다. 둘째,UR는 산업사회를 빠르게 마감짓고 새로운 정보사회를 불러들인다.
산업사회가 끝나고 정보사회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면 우리의 모든 의식과 활동은 근본적인 수술을 받아야 한다.획일화되고 규격화된 집단주의적 모든 경제활동은 차별화 내지 세분화돼야 한다.
통제 위주의 획일적인 경제정책 역시 과감하게 완화 내지 자율화의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
토지.노동.자본은 더 이상 중요한 생산요소가 아니다.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식.정보.기술등이야말로 새시대의 각광받는 생산요소요,농업에 있어서도 예외일 수 없다.새로운 품목을 개발하되 고품화시켜야 하고 고도의 기술로 저렴하게 생산해야 UR 이후의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셋째,UR는 모든 힘(力)을 분산시킨다.UR는 지구촌을 하나로 통합했고 모든 지식과 정보를 고르게 분배시킨다.UR이후 지방자치제의 도입은 필연적이며,머지않아 기업형의 지방경영시대를 신속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역경제의 경쟁력 향상 은 요원해지기 쉽다.기업 또는 정부조직 어디서나 수평적인 관리체계를 유지해 모든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아래 창의력을 발휘케 만들지 않으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넷째,UR는 지구촌의 경제정부를 만들고 세계 단일시장의 경제헌법을 탄생시킨다.세계무역기구(WTO)가 경제정부요,UR협정서가 경제헌법인 셈이다.UR농업협정서는 유럽연합(EU)의 공동농업정책과 같은 세계의 공동농업정책에 해당된다.
최근 우리나라 UR이행계획서의 수정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것은 UR협정서가 경제헌법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인식의 결여에서비롯된 하나의 해프닝이었다.지난해 12월15일까지의 UR협상은헌법격의 협정서에 대한 것이지,시행령격인 이 행계획서에 대한 자질구레한 것이 아니었다.이행계획서는 금년 3월말까지 실무선에서 조정.검증.보완이 얼마든지 가능했었다.
다섯째,UR는 모든 생산자와 국가의 자생력을 강화시킨다.
반만년의 우리 민족사에서 축적해온 문화를 밑바탕으로 해 한국적인 것을 개발하면 UR이후 얼마든지 성장.발전할 수 있다.
이처럼 UR가 단순한 선진국 중심의 이해득실 차원의 협상이 아니라 지구촌의 지각변동과 같은 것이라면 새로운 각오와 대비가있어야 한다.
농민.기업인.정부관료는 물론 모든 국민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먼저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자기 사업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동시에 모든 사업과 활동을 단기적으로 전망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반복적으로 연구.검토해야 한다.또 리더십 의 변화가 선행돼야 하며,수평적인 연구팀을 만들어 신속하게 적응하며,한국적인 것을 개발해 세계적인 상품과 서비스로 만들어야 UR 이후는 우리의 세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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