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자칼럼>통상정책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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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부의 통상정책을 지켜봐온 기업들은 할 말이 많다.
통상문제는 기업이 중요한 이해 당사자인데도 정부는 기업에 진지하게 의견을 구하거나 통상정책 입안에 깊숙이 끌어들이려 하지않는다는 것이다.
美國의 경우 기업들은 자기이익을 조금이라도 증진시키기 위해 정부에 압력을 넣거나 정보를 제공한다.
또 정부도 이를 굳이 피하지 않는다.업계로부터 정책에 필요한모든 보고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개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이때문에 美정부는 대외통상협상에서 개별 기업의 이익을 고스란히 대변해주면서도 업자의 로비에 놀아났다는 비난을 받지 않는다.
밑에서부터 모아져 올라오는 의견들을 정책으로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이므로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이에 비해 우리의 자세는 어떤가.통상정책은 官의 손에서 이뤄지고 정작 한몫을 해야할 기업들의 현장감있는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官주도의 체질이 뿌리깊기 때문이다.아직도일부 부처에서는 기업이 정책건의를 낸다 싶으면『 업자가 어딜…』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책상물림 관료들이 물정도 모른채 고시에 합격했다는 자존심 하나로 정책을 만들고 협상에 나선다』며 되돌아서 비판하고 있다.
北韓의 核문제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그동안 기업들은 어떻게든 北韓에 들어가보려고 공을 들여왔는데 정부가 核에 매달리는 바람에 추진사업들이 모두 중단되고 말았다.
정치가 막히면 경제로라도 풀어나가야 할텐데,이도저도 안되게 틀어막았다고 기업들은 불만이 크다.
경제가 민간주도로 바뀔수록 정부의 정책에는 기업의 의견과 정보가 더욱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 바람직하다.
적어도 실물분야에서는 비즈니스를 평생의 업으로 삼는 기업인이때가 되면 자리바꿈을 하는 관료보다 정보의 깊이와 폭에서 훨씬앞서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民과 官이 긴밀한 팀워크를 이루며 파상공세를 펴고있는데 우리만「기업따로 정부따로」식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기업의 전문성과 정보력이 정부의 통상정책이나 협상력을 뒷받침하도록기업과 정부는 2人3脚의 절묘한 ■흡을 맞춰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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