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교과서 어떻게 바뀌나/말문틔기에 중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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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문법중심 일본식 40년만에 손질/단원마다 60분테이프 함께 편성
중·고교 영어교과서가 54년 4월 문교부령으로 1차 교육과정이 고시된 이래 40년만에 기본틀을 바꾸게 됐다.
일본 교과서를 본떴던 종전의 문법·독해 위주에서 듣고 말하는 「생활회화 교재」로 탈바꿈하면서 우선 책의 부피가 훨씬 늘었다.
국판에서 4.6배판으로 판형이 커지고 두께도 2백쪽 안팎에서 2백50∼3백쪽으로 늘어난 것.
우선 중학생용의 경우 출품된 40개 교과서중 교육부가 제시한 집필지침에 따라 1차로 선정된 8개를 살펴보면 앞으로 일선 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이 획기적으로 바뀌게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인 「듣기」의 경우 단원마다 주제와 관련된 그림을 보면서 10여개씩의 핵심문장을 테이프로 듣게 된다.
『외국어 교육의 목적은 결국 외국인과의 언어소통이며,이를 위해선 우선 귀를 트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게 수년간 연구를 주도해온 한정근 교육연구관의 배경설명이다.
「읽기」는 테이프에 담긴 부분을 보다 상세히 다룬 문장들을 수록,읽게 함으로써 기본 문법과 독해력을 익히게 한다.
「말하기」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대화자 역할(Roll Play) 등을 통해 회화연습을 하는 등 종래에 없던 생활영어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쓰기」는 본문의 몇페이지를 일정분량으로 요약하는 등의 연습으로 어휘와 작문력을 학습하는 과정.
교육부 유학영 인문과학편수관은 『이처럼 듣기와 읽기를 통한 이해기능,말하기와 쓰기를 통한 표현기능이 새 교과서의 기본골격』이라고 밝혔다.
D출판사가 내놓은 교과서의 경우 생활주변에서 일어나거나 접해지는 소재들로 학년당 13∼15개씩의 단원(과)을 구성,단원마다의 듣기와 연습문제를 60분짜리 테이프 한개에 담을 예정이며 다른 출판사들도 거의 비슷한 제작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당초 테이프를 학생 개개인에게 교과서와 함께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관계법령(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서의 교과서에 대한 정의가 「도서」로 돼 있는 점,그리고 권당 5백원(추정)꼴의 가격인상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교과개편의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불과 연간 몇백원의 책값 인상을 걱정하는 소극적 태도를 버리고 각자에게 테이프를 지급,늘 반복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또 『생활영어 위주의 국교생 조기영어교육과 연계,잘만 운영되면 상당한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며 『가르칠 교사에 대한 재교육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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