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더 많이 줘 북 대화 나서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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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외무부 정책자문위 “발상전환” 촉구/“북도 정권유지 위해 합리적 선택” 낙관/「8자회담」 수용·대북 새 제안 고려해야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핵문제 등을 놓고 외무부의 정책자문위원회가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나섰다.
11일 열린 정책자문위의 「통일분과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학자와 언론계 인사,전 현직 외무부 고위당국자들은 3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대해 추가 핵사찰을 요구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한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핵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안 등을 전반적으로 토의했다.
자문위원들은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토록 하기 위해 남북한 특사교환 요구를 철회하는 문제를 정부가 적극 검토하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이견 우려
특히 일부 참석자들은 최근 한국과 미국의 정책 사이에 차이점이 노출되는 조짐이 있음을 우려하고 우리 정부의 북핵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다음은 이날 논의된 내용들을 요약한 것.
◇선 특사교환 철회문제=홍순영 외무차관이 지난 3일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 토론에서 개인의견을 자유롭게 밝힌 것이 마치 정부가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됨으로써 오도됐다고 외무부는 해명했다.
그러나 자문위원들은 홍 차관 주장이 개인적인 것이긴 하지만 당위성에 대체로 공감하면서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북한 핵협상에서 최대과제는 핵사찰을 실현하는 것이고 특사교환은 북한이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특사문제는 핵문제와는 별개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런 주장을 편 참석자들은 안보리 의장성명이 국제법상 아무런 구속력을 가지지 못하는데다 미 국무부가 최근 과거와 다른 입장을 드러내는 조짐이 있다면서 정부의 북한핵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특사·사찰 별개
특히 윌리엄 페리 미 국방장관이나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이 대화를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시한이 6개월이며 그뒤엔 군사적인 공격도 할 수 있다고 발언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정부 입장과 한국정부 입장 사이에 차이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의견에 대해 외무부 당국자들은 특사가 교환되고 추가 핵사찰이 이루어져야 북한­미 3단계 고위급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으나 상당수 참석자들은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는 참석자들은 북한이 과거 40여년간 자신들의 태도를 누그러뜨린 적이 없다면서 보다 온건한 정책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에 응하도록 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착국면 타개방안=참석자들중 일부는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 「채찍과 당근」이라는 기존의 전략개념을 고수해야 하며 시간이 흐르면 진전이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기다리면 진전
이들은 지난 1년동안 협상만을 거듭해왔다는 비판적 의견에 대해 1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긴시간이 아니며 정부가 북한 핵문제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초조해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도 정권유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하고 북한이 합목적적으로 행동한다면 「당근과 채찍」 전략은 북한의 행동에 영향을 줄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따라서 신중한 자세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에 응하도록 강경책과 온건책을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착상태를 풀어나가기 위해 러시아가 제안한 8자회담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에 어떤 형태든지 새 제안을 하도록 정부가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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