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학원 한 번 안가고 서울대 갔어요" 고맙다! 인터넷 강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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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군(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1년)의 고향은 목포다. 이군은 입시 학원을 이용한 적이 없다. 학교 수업에 충실했고 ‘인강’(인터넷 강의)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사진=양영석 인턴 기자]

“지방에는 서울처럼 입시학원이 많지도 않고 ‘스타 강사’도 적잖아요. 수도권 유명 강사의 강의를 전국 어디에서나 바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인강’의 장점인 것 같아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1학년 이진우군은 목포 토박이다. 목포 홍일고 시절 학원에 가본 적도 없고 과외도 받지 않았다. 학교 수업과 ‘인강’에만 전념해 올해 서울대에 입학했다. ‘인강’은 ‘인터넷 강의’의 줄임말이다. 1990년대 말 도입된 인강은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어 학생들 사이에 대표적인 사교육 서비스로 떠올랐다. 지난 4월의 한 조사에서 전국 고3 학생 2000여 명 중 42.7%가 인강을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70여 일 남은 수능, 결승선을 향해 땀을 쏟고 있는 수험생에게 이군이 들려주는 ‘인강 100% 활용하기 비법’을 소개한다.

◆인강 ‘골라 듣기’로 대학 ‘골라 가기’=이군은 “대입 수험생이 지금 시점에서 인강을 처음부터 듣는 것은 무리”라며 “지금은 문제집을 풀다가 개념 정리가 덜 된 분야를 ‘골라서 듣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군은 유명 입시학원의 온라인 강의도 들었지만 서울 강남구청 인터넷수능방송(edu.ingang.go.kr)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소위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강남구청이 사교육비 절감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2004년 6월부터 서비스했다. 이용료는 1년에 2만원이다. 지난해엔 1만원이었다. 강남 유명 학원강사 66여 명이 4200여 개의 강의를 제공하는 서비스치곤 가격에서 큰 부담이 없다. 온라인 입시업체는 보통 한 강좌(50분 강의 24회 기준)를 6만원 안팎에 제공하며 한 강좌의 수강 기간엔 제한이 있다. 이군은 “수능 막바지엔 자신의 취약 부분만 골라 개념 정리를 다시 해 둬야 문제 풀이에서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막는다”며 “그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기관 인강의 매력은 크다”고 말했다.

 ◆수능 영역별 인강 활용법=이군은 “언어영역에선 시를 감상하는 방법이나 빨리 지문을 읽는 법 등 방법론적인 측면만 강의를 통해 익혔다”며 “나머지는 혼자서 많이 읽고 고민하고 문제집을 풀어보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사마다 방식이 달라 자신과 ‘궁합이 맞는’ 강의를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어영역에서 이군은 여러 개의 참고서를 갖고 공부하기보다 하나를 정해 반복해서 보는 방식을 택했다. 어법 문제 등은 인강을 통해 전체적으로 정리를 해 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수리영역 역시 반복 학습이 중요하다고 이군은 당부했다. 이군은 “강남구청 인강의 경우 수강료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반복 학습이라는 측면에서 정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학에서 중요한 것은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이군은 “문제 풀이 강의보다 개념 강의를 충분히 반복해서 들을 것”을 주문했다. 주의할 것은 반드시 문제를 미리 풀어본 뒤 강의를 들어야 한다. 강사와 자신의 풀이 과정을 비교해 보며 그 차이를 고민하다 보면 문제 하나 푸는 것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리영역의 경우 개념 이해가 잘 돼 있어야 수시전형의 면접·구술 고사에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개념 이해에만 너무 치우치다 보면 문제 푸는 속도가 늦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2학기 공부는 이렇게=이군의 1년 전 수험 생활은 매우 규칙적이었다.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 시간표대로 움직인 것이 수험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잃지 않고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다. 매일 아침 6시30분에 기상해 수업 전 30분간 영어듣기 공부를 했다. 매일 기출 문제를 실제 수능에서와 똑같이 20분간 풀고 10분간 채점과 오답 정리를 했다.
 수업 시간엔 학교 공부에 충실했다.

 방과 후 오후 7시부터 3시간 여의 자율학습 시간은 빠듯하게 활용했다. 매일 2개 영역씩 바꿔가며 문제집을 풀고 채점을 했다. 문제를 풀다가 개념이 헷갈리는 부분이 나오면 학교 전산실로 달려가 해당 단원에 대한 인강을 들었다. 이해 안 되는 것은 계속 듣기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혼자 생각해보고 다시 들어야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모형 자동차 조립을 좋아했다는 이군은 전공을 살려 자동차 엔지니어로 일하는 것이 꿈이다. 이군은 “수능이 얼마 안 남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 짧은 시기만 잘 넘기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며 “남은 기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노필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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