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그는 또 "소수의 정치 지향적 공무원들이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걸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권력의 중심 세력에서 강압적으로 지시해 본의 아니게 참여하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회적으로 청와대를 겨냥한 것이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기국회 대책을 논의하면서다.
이 후보는 국정원의 태스크포스(TF)팀 얘기가 나올 때부터 청와대의 개입을 의심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경선 막바지에 검찰이 모호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최근 국세청의 조사까지 확인되자 그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권력기관 세 곳을 한꺼번에 동원할 수 있는 힘은 결국 청와대에서 나올 것이란 인식이 깔려 있다.
다만 그는 청와대를 지칭하는 대신 '권력 중심'이라고 표현했다.
?"집권 땐 내년 예산 우리가 관리"=대신 최고위원회의 참석자들의 발언은 보다 노골적이었다.
강재섭 대표는 "현 정권 장관과 공무원들이 권력을 좇아 불나방처럼 날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국세청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이 공작의 주무 부서로 등장했다"며 김만복 국정원장과 전군표 국세청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권 차원의 명백한 직권 남용 정치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박계동 당 정치공작저지 범국민투쟁위원장은 "1992년 연기군수 사건 때 국정원장.법무부 등 선거 관련 5개 부처장 모두 사퇴한 바 있다"며 "신종 관권 선거의 모습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국정원과 국세청이 생산한 자료가 앞으로 범여권발로 나돌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후보는 이날 "이번 국회에서 편성한 예산은 결국 다음 정권이 집행한다는 점을 명심하자"며 "내년 예산을 한나라당이 집행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명철하고 알뜰하게 짜라"는 말도 했다.
◆추석의 추억=이 후보는 "추석 전까지 각 지역에 다니면서 민생 탐방을 하겠다"며 "명절 때 더 힘들어지는데 민생을 돌아보면서 국민에게 다가가는 행보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추석을 계기로 지지율이 폭등했던 기억이 있다.
이 후보는 이번에도 내부적으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되살려 '추석 밥상'에서 화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다듬고 있다. '국가경쟁력위원회'(가칭)을 꾸리고 각종 경제 전문가를 참여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정애 기자
사진= 오종택 기자